“‘이영렬 돈봉투 파문’ 시기 검찰 특활비 자료 일부 무더기 증발”
검찰이 시민사회단체에 제출해야 하는 2년9개월치 특수활동비 자료 중 일부가 은폐 혹은 무단 폐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검찰청은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의 특활비 증빙 자료가 없다며 제출을 안한 상태다. 검찰은 그 무렵의 특활비 자료가 없어 제출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체는 검찰이 증빙 자료가 없다고 주장하는 시점과 과거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돈 봉투 만찬 파문이 발생한 시점이 겹친다는 점에 주목한다. 검찰이 특활비 오남용 파문이 발생한 당시의 자료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승수(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은 2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등 자료 증발 및 정보 은폐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들은 지난 23일 대검과 중앙지검으로부터 2017년 1월1일부터 2019년 9월30일까지의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자료를 받았다. 단체는 1만6735쪽에 달하는 자료를 1차 분석한 결과 “특활비 자료 일부가 무더기로 증발됐다”고 했다. 특활비 서류는 공공기록물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데도 자료가 없다며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영렬 전 지검장 ‘돈봉투 파문’ 당시 자료 없어…제출된 자료 60%는 식별 불가
대검은 단체 측에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특활비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그해 5월부터 8월까지는 영수증 및 집행내역 확인서가 일부 첨부된 채 제출됐다고 한다. 단체는 대검에서 기록 없이 집행된 특활비가 74억원에 달하며 전액 현금으로 지출됐다고 본다.
중앙지검은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의 특활비 내역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시점은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의 돈 봉투 만찬 파문이 벌어진 시점과 겹친다. 이 전 지검장은 2017년 4월21일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서울 서초동 음식점에서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와 검찰국 간부에게 돈 봉투를 건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하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이 전 지검장이 면직되고 대검에서 합동감찰까지 벌였는데도 중앙지검에서 2017년 4~5월 무렵의 특활비 자료가 없다고 하는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후 2017년 6월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가 특활비 관리를 철저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중앙지검에서 제출한 그해 6~7월 특활비 자료 또한 상당히 부실하게 제출된 상황”이라고 했다.
단체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이후인 2017년 6월부터 7월24일까지의 특활비 집행내역은 ‘집행내역 확인서’라는 이름의 목록표만 제출됐을 뿐, 영수증 상당수가 누락된 상태다. 집행내역 확인서에는 지급일자와 지급액만 적혀있어서 누가 이 돈을 받았는지,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썼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단체는 “윤석열 지검장 체제였던 2017년 6월의 경우 중앙지검에서 18건의 특활비가 집행됐으며 그해 7월에는 37건이 집행됐다”면서 “적게는 건당 1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집행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문제는 이를 입증할 영수증이 거의 첨부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하 변호사는 “그나마 제출된 영수증도 60% 가까이 식별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상당수는 백지에 가깝다”고 했다.
단체는 검찰에서 특활비·특경비 등을 지출한 음식점의 상호명이나 금전을 지출한 시간까지 가린 것도 대법원의 정보 공개 결정에 반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어느 음식점에서 어느 시간에 검사들이 특활비 등을 집행했는지는 대법원에서 판단한 비공개 대상이 아닌데도 이를 가리고 제공했다는 것이다. 단체 측은 검찰이 일부 특활비 자료를 무단 폐기하거나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필요할 경우 국회 측에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2017년 초 무렵에는 기획재정부나 감사원의 특활비 관리 지침과는 별개로 내부에서는 관련 자료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2017년 9월부터는 검찰에서 특활비 제도 개선이 추진되어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가 철저히 관리 및 보존돼왔다. 검찰서는 보유하고 있는 자료는 단체에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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