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로 방향 전환"···40년전 부친의 당부, SK 미래 먹거리로
<2> SK그룹 - 代 잇는 '배터리 사업' 육성
■최태원 회장 전폭 투자
최종현 선대회장의 유지 받들며
'종합에너지회사' 친환경 힘 실어
"모든 車에 SK배터리" 무한질주
■배터리 적자 털고 날갯짓
화학노하우 '배터리 상용화' 이식
SK온 흑자유력·누적수주 290조
"가장 빨리 크는 기업···성과 가시화"
“모든 자동차가 SK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배터리 사업은 계속 달린다. 나도 같이 달리겠다.”
SK그룹 친환경 신기술의 산실인 대전 환경과학기술원에는 최태원 회장이 2011년 친필로 쓴 패널이 걸려 있다. 전기차·배터리가 반도체와 함께 머지않아 한국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가 될 것임을 10여 년 전부터 예견한 셈이다. 최 회장이 배터리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하자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2012년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60%·20%·20%로 배합한 NCM622 배터리를 개발한 데 이어 201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에 성공했다.
오랜 업력을 거쳐 확보한 화학 분야 기술력도 배터리 상용화의 원동력이 됐다. SK는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노트북·캠코더용 고용량 리튬이온배터리를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지환 KAIST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의 핵심은 코팅과 조립 기술”이라며 “SK가 20년간 비디오테이프 제조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축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배터리 생산도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이 일찍이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에 힘을 실은 것은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행보였다. 자동차 연료로 기름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1982년 12월 최 선대회장은 유공(SK이노베이션의 전신)의 부·과장급 간담회를 열고 ‘종합 에너지 회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정유뿐만 아니라 석탄, 가스, 전기, 태양에너지, 원자력, 에너지 축적 배터리 시스템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기술 축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지금부터 꾸준히 기술자를 양성하고 기술 집약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석유가 지하자원이므로 그 사업 또한 한계가 있고 더욱이 공해 문제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서 “10년 후에는 정유 사업이 다른 에너지 사업에 비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40여 년간 대를 이은 배터리 사업은 실적으로도 무르익었다. 2021년 10월 독립 배터리 법인으로 출범한 SK온은 6분기 연속 적자의 고리를 끊고 올 하반기 또는 이르면 2분기 중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미 시장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수혜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부터 전 세계 배터리 공장에서 수율이 매달 개선되고 있다”면서 “2분기부터 IRA 인센티브가 적용되면 2분기에 49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은 SK온이 AMPC로 올해 연간 4201억 원, 2024년 6429억 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흑자 전환은 본격적인 성장 가도의 시작에 불과하다. 대규모 수주가 장기적인 성장세의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의 누적 수주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약 290조 원에 달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내년 매출 전망치는 22조 4591억 원으로 지난해(7조 6177억 원)의 3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내년부터 기업 체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이를 바탕으로 한다. 최 수석부회장은 4월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열고 “SK온은 가장 빨리 성장하는 배터리 산업 중에서도 가장 빨리 크고 있는 기업”이라며 “우리도 독립 법인 초기라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이를 잘 극복하면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물론 SK온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각형 등 배터리 폼팩터 다양화와 해외 사업장의 조기 안착 등이 과제로 거론된다. 이 교수는 “SK가 삼성이나 LG에 비해 해외 진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해외 공장 운영에 대한 역량을 빨리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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