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내보내기’에 사활 건 시중은행…실제 직원 수는 해외 ‘절반’ 수준

2023. 6.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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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의 임직원 수가 비슷한 규모의 해외 금융사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인건비를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원인으로 여기고, ‘인력감축’을 단행한 결과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기조가 되레 글로벌 금융 진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금융연구원 ‘국내은행의 인적자원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임직원 수는 유사한 자본 규모를 가진 해외 금융사들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글로벌 금융 전문지 ‘더 뱅커’가 꼽은 금융사 1000곳의 자산 및 직원 규모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말 기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임직원 수는 2만2000~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비슷한 자산 규모의 글로벌 금융사인 스페인 카이사 뱅크(4만9000명), 캐나다 몬트리올 은행(4만3800명), 캐나다상업은행(4만5282명) 등과 비교해 1~2만명가량 적은 숫자다.

한국금융연구원 ‘국내은행의 인적자원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 발췌.

지난 몇 년간 국내 은행들은 인건비 상승에 대응해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 정책을 시행해 왔다.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해소하고, 디지털 전환에 걸맞은 효율적인 인력구조를 구축하려는 목적에서다. 실제 지난 10년간(2011~2021년) 국내 일반은행의 판관비 및 인건비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2.4%, 3.3%로 총이익 증가율(-0.03%)과 비교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보고서는 직원 감축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려는 방식은 은행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해 왔다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인력 감축을 통해 일정한 재무적 성과를 거뒀다. 총직원 수는 1996년 말 10만3000명에서 2021년 말 7만9000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427% 증가했다. 하지만 동기간 주요 글로벌 은행들의 총자산은 그 4배가량인 평균 1650% 올랐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ROA(총자산이익률) 또한 주요 글로벌 은행(1.1~1.4%)보다 낮은 상황이다. 임직원 수는 적지만, 그만큼 수익성 상승에 제한이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국내은행의 인적자원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 발췌.

보고서는 한국 특유의 인적자원 관리체계가 이같은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내은행의 임금체계는 호봉제를 기본으로 한다. 성과와 관계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올라간다. 직책이나 직무 중요도와 관계없이 연봉이 책정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호봉제의 특성상,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갈수록 경기변동에 따른 은행의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또 호봉제에서는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른 차등 임금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2~3년마다 보직을 이동하는 순환근무 원칙 또한 전문인력 양성에 취약한 특성 중 하나다. 이러한 비용·구조적 문제에 따라 IT 등 성장에 필요한 핵심 전문인력 수급을 위한 투자가 어려워지고, 향후 경쟁력이 더 감소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국내은행의 인적자원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 발췌.

이에 고질적인 인적관리 체계를 개혁해, 불가피한 ‘인력감축’이 아닌 ‘인력확대’로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는 텔러(창구) 직군에 대한 동일직무-동일임금 원칙 적용이 제시됐다. 기본 직군에 대해 정규직 채용으로 정년을 보장하되, 비용을 제한함으로써 인력을 확대하고 타 전문직군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로는 전문직군 양성을 위한 ▷직군별 순환 금지 ▷직군별 임금체계 도입 등이 제시됐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따라 올해 국내은행의 수익성은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이런 관점에서 비용 관리는 은행의 지속 성장에 중요한 상황이 됐다”면서도 “현재 인력을 감축하여 비용을 통제하는 전략을 지양하고, 인적자원 관리체계의 개선을 통해 확대균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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