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세사기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사회적 재난”
[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부산광역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9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라며 “부산시는 금융지원, 긴급 주거지원, 행정 지원과 심리 상담 등의 피해자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이동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민변) 변호사, 반선호 부산광역시의회 의원(민주·비례), 노정현 진보당 부산광역시당 위원장 등 20여명의 대책위 구성원들이 참석했다.
대책위는 “지난 2월 이후 인천과 서울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피해자로 인정받기 힘들고,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핵심적인 피해구제 대책 대부분이 제외된 특별법이나 정부의 대책은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민변과 부산참여연대가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173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는 20~30대가 94.2%로 가장 많았고, 지역은 부산진구 32.9%, 피해 건물 유형은 오피스텔 67.1%로 나타났다.
보증금액은 평균 9천900만원으로, 보증금 대비 대출 비율은 65.2%로 조사됐다. 계약시기는 지난 2021년이 49.1%로 절반에 달했다.
대책위는 “계약 시기가 2021년이 가장 많은 것을 봤을 때 올 하반기와 내년에 전세사기를 비롯한 전세 문제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제도의 부실과 범죄로부터 피해를 본 국민과 시민을 정부와 부산시가 외면한다면 사회적 재난을 넘어 사회적 참사에 이를 수 있다”면서 “부산시는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향후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한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하며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전세사기특별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특별법상 지원을 받으려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여러 서류를 준비하고 피해사실 증명을 해내야 한다”면서 “임차인에 대한 증명은 요구하면서도 임대인에게는 아무런 증명과 처벌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B씨는 “보증금 전액을 국가가 지원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전세사기범들을 수색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 피해 금액을 돌려받길 원한다”며 “그럼에도 현재 전세사기피해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호소했다.
부산진구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자 C씨는 “우리 건물에는 60여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있으며 피해자 평균 연령대는 만 30세”라며 “고소를 진행하려 해도 변호사 수임료 등이 부담돼 젊은 나이임에도 개인 회생 절차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동래구 전세사기 피해자 D씨는 “전세사기 문제는 개인 임차인에 대한 개별적 문제가 아니라 법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라며 “청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도움을 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구 전세사기 피해자 E씨는 “특별법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정 소득 기준이 있다”면서 “돈을 버는 기준에 따라 피해자가 여부를 가르는 것은 ‘피해자 갈라치기’를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대책위는 전세대출 확대와 부동산정책 등 국가의 정책과 관리 부실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보고 다른 지역 대책위와 연대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 대출, 보증보험 관리·감독 강화 등의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세 사기 특별법 적용 대상자 범위 확대, 보증금 채권 공공 매입 방안 도입, 최우선 변제금과 회수금의 차액을 주거비로 지원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을 위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