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이라며?…수도권 전셋값은 왜 반등이 가능했나 [박일한의 住土피아]

2023. 6. 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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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원 6월 마지막 주간아파트가격 동향
수도권 전세 0.02% 올라…76주만에 상승
서울은 0.04% 올라 6주 연속 올라
전세 매물 40% 수준 크게 줄어
전세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감소세
“역전세난과 전셋값 흐름 분리해서 판단해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이번 주(26일 기준) 수도권 전셋값이 상승 반전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6월 마지막 주 주간아파트가격 동향 자료인데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0.02% 올라 전주 보합(0%)에서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 조사 기준으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플러스를 기록한 건 2022년 1월 둘째주(0.01%) 이후 76주만에 처음입니다.

수도권에서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인천(-0.08%)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모두 상승세가 뚜렷합니다. 서울은 이번 주 0.04% 올라 6주 연속 상승하고 있고요. 경기도도 이번 주 0.04% 상승하면서서 2주 연속 뛰었습니다. 장기간 지속된 전세가격 하락으로 싸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살기 좋은 인기 지역이나 선호 단지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많이 알려졌듯 ‘역전세난’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수도권 전셋값이 고점이었을 때가 2021년 12월 전후지만 전세 급등은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했으니까요. 2020년 하반기부터 서울에서 신규 계약한 전세 보증금은 평균적으로 지금보다 높았습니다.

집주인은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떨어진 만큼 재계약을 하는 세입자에게 차액을 돌려줘야 합니다. 그런 아파트 중 집주인이 감당을 못해 급매물로 던지는 사례가 나올 시점도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하진 않은가 봅니다. 전셋값은 물론 집값도 오히려 뛰고 있네요.

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값은 모두 0.04% 올랐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전세 시세표가 붙어있다. [연합]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걸까요? 일단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29일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4560개입니다. 1월 초 만해도 5만5500여개나 됐습니다. 40% 가까운 2만여개 줄어든 겁니다. 3월 4만여개 수준으로 줄더니 5월초 3만여개대로 더 떨어진 후 현재까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서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경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연 초 하루 6만8000여개까지 쌓였던 전세 매물 수는 이달 현재 기준 4만960개까지 줄었습니다. 3만개 가까이 줄어든 겁니다.

전세 물건수가 줄어든 건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싸졌다는 인식이 생겼고, 전세 대출 금리가 내려가 월세 거주자들이 다시 전세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6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연 4.99% 수준이지만 전세대출 금리는 3%대로 떨어졌습니다.

빌라나 오피스텔 거주자들도 ‘전세사기’ 문제가 확산되면서 아파트 전세를 찾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전세가율이 빌라보다 낮고, 보증보험 가입도 쉬워 보증금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겁니다.

그렇다고 전세 공급이 늘어날 상황도 아닙니다. 전세 공급은 신규 입주량이 증가할 때 늘어나는 데요. 정부에 따르면 올 1~5월 수도권 아파트 입주량은 6만8000여가구로 최근 5년 간 같은 기간 평균치에 비해 8% 가량 작습니다. 서울은 이 기간 1만6000여가구에 불과해 최근 5년 동기 대비 60% 이상 작게 입주합니다.

서울은 앞으로도 입주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올해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6000여가구, 내년은 1만4000가구에 불과합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서울 아파트 연평균 입주 물량이 3만3595가구라는 걸 염두에 두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새로 공급되는 건 부족하고 전세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니 전셋값이 오름세로 전환한 겁니다.

그래선지 중개업소를 상대로 전세가격 전망을 물으면 오를 것이란 응답이 많아졌습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 11개구의 ‘전세전망지수’는 6월 기준 102.3으로 전월(98%) 보다 4.3포인트 뛰며 100 위로 올라섰습니다. 작년 5월 이후 1년만입니다. 이 지수는 0~200 범위에서 100 이상이면 상승을 전망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시장을 흔들 변수로 여겨진 역전세난은 예상 외로 큰 위기 없이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전세는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 단기간 변동폭이 꽤 큽니다. 떨어질 때도 빠르지만 오를 때도 단기간 10% 이상 급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역전세난과 전세가격 추이는 분리해야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가격이 급락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예상과 시세 흐름이 달리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시장 흐름을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의 말입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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