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내 반란 동조·숙청설…사실인가 서방의 공작인가?

정의길 2023. 6. 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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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주요 언론들이 러시아군 내 핵심 장성들이 바그너(와그너) 그룹이 일으킨 무장 반란에 '동조'했고, 그래서 '숙청'됐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관련 보도를 일축했지만, 일부 러시아 언론에선 이를 확인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서구 언론들이 내놓는 동조·숙청설은 반란 때 프리고진의 바그너 부대가 머물던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기지 등에서 일부 부대와 지휘관들이 소극적 태도를 취했고, 수로비킨이 프리고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 등에 근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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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모습 안 보이는 수로비킨 숙청설
크렘린, ‘억측과 소문’으로 일축
러 지도부 분열 노리는 서방 공작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수로비킨 항공우주군 사령관의 지난 2017년 모습. 서방에서 제기되는 러시아 일부 장군의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동조 및 숙청설의 중심인물로 수로비킨이 거명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서구 주요 언론들이 러시아군 내 핵심 장성들이 바그너(와그너) 그룹이 일으킨 무장 반란에 ‘동조’했고, 그래서 ‘숙청’됐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관련 보도를 일축했지만, 일부 러시아 언론에선 이를 확인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27일, 지난 1월까지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 총사령관을 지낸 세르게이 수로비킨 항공우주군 사령관 등이 이번 반란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게 미국 정보당국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수로비킨 대장의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러시아군의 내분이 아주 심각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시엔엔>(CNN),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등도 숙청설 보도를 뒷받침하는 후속 보도를 내놓았다.

시리아 내전 등에서 과감하고 잔혹한 작전을 수행해 ‘아마겟돈 장군’이라고 불리는 수로비킨은 지난해 하반기 강경하고 효율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휘하는 등 러시아군 내에서 신망과 영향력이 크다. 그는 바그너 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선언하자 곧바로 텔레그램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적들은 우리의 내부 정치 상황이 악화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반란을) 멈추기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프리고진은 시리아 내전 때 함께 싸운 수로비킨을 크게 평가해왔다. 지난달 초 수로비킨이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군 수뇌부 간 마찰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는 러시아군에서 싸울 능력을 갖춘 유일한 장성”이라고 했다. 수로비킨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됐지만, 올해 1월 부사령관으로 지위가 떨어졌다.

수로비킨의 동조·숙청설과 관련해 러시아에선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28일 <뉴욕 타임스>의 전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보도에 대한 질문에 “이런 사건들을 둘러싼 많은 억측과 소문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것도 그런 또 다른 사례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29일 러시아에서 발행되는 영자 신문인 <모스크바 타임스>는 러시아 국방부 관련 소식통들을 인용해 수로비킨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수로비킨 대장이 바그너 그룹 반란 사건과 관련해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수로비킨은 분명히 프리고진 편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시엔엔>도 28일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을 인용해 군 숙청설을 보도한 바 있다. ‘리바르’라는 인기 높은 블로거는 숙청이 이미 진행 중이고,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바그너 그룹에 사격하기를 거부한 중간급 사령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연방보호국(FSO)의 수사관들이 며칠 동안 군 지휘부와 각 부대 사령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며,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형식적으로 책임지고, 미하일 테플린스키 공수부대 사령관(중장)이 실질적 지휘를 맡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유명 군사 블로거 보리스 로진도 이번 반란의 “긍정적 측면은 불충분자와 불안분자들의 숙청”이라고 말했다.

서구 언론들이 내놓는 동조·숙청설은 반란 때 프리고진의 바그너 부대가 머물던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기지 등에서 일부 부대와 지휘관들이 소극적 태도를 취했고, 수로비킨이 프리고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 등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지도부의 분열을 노린 서방 정보기관들의 ‘정보 공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 타임스>도 “미국 관리들은 다른 지휘관들보다도 더 능력 있고 무자비한 수로비킨의 지위를 잠식하는 정보를 내보는 데 관심이 있다”며 “그가 제거되면 의심할 여지 없이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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