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총수’ 논란 3년째…공정위, 김범석 동일인 지정 못해

안태호 2023. 6. 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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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총수(공정거래법상 동일인)로 지정할지 여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외국인 총수' 논란은 전자상거래기업 쿠팡이 지난 2021년 대기업 집단에 지정된 이후 3년 째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29일 '동일인 지정 기준 지침 제정안'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총수에 대한 기준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공정위의 외국인 동일인 총수 지정 계획에 대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를 통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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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외국인 총수 지정 제도 개선 논의
“통상 마찰 이슈 탓에”…시행령 개정 예고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왼쪽 세번째)과 쿠팡 경영진이 2021년 3월1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 쿠팡 제공

외국인은 총수(공정거래법상 동일인)로 지정할지 여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외국인 총수’ 논란은 전자상거래기업 쿠팡이 지난 2021년 대기업 집단에 지정된 이후 3년 째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29일 ‘동일인 지정 기준 지침 제정안’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총수에 대한 기준을 내놓지 못했다. 공정위는 동일인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확정한다. 특히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의 사익편취 조항이 적용된다.

그간 한국지엠, 에스오일 등 외국인투자기업이나 포스코홀딩스, 케이티(KT) 등을 제외하곤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쿠팡이 2021년 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쿠팡이 주된 사업 활동을 하는 곳은 한국이지만,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서였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동일인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은 총수 없는 기업집단에는 논리상 적용될 수 없어서다.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이 지정될 수 없는 탓에 ‘일감몰아주기’ 같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도 비켜 가게 된다.

게다가 이날 공정위가 마련한 동일인 지정 기준을 적용하면 김범석 의장은 동일인에 해당한다는 점도 문제다. 공정위는 동일인 기준으로 다섯가지를 제시했다. 기업집단의 최상단회사 최다출자자, 최고직위자, 경영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 행사,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 등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첫 번째(최다출자자), 세 번째(경영 지배력), 네 번째(대표로 인식되는 자) 기준에 의하면 김범석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볼 만한 실체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통상 마찰 이슈 때문에 자연인(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했다”며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공정위의 외국인 동일인 총수 지정 계획에 대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를 통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법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련 동일인 지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미 외국 국적을 보유한 동일인(이우현 오시아이(OCI) 회장·미국)이 존재하는 데다 승계 가능성이 큰 동일인의 배우자·2세 가운데 외국 국적을 보유한 이들이 38명에 이른다는 이유에서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전 한국경쟁법학회장)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에서 사업을 꾸려 성장시키고 수행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논리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며 “통상 문제 때문에 (동일인 지정을 못 한다는 건) 앞으로 통상 문제 앞에서는 공정거래법이 다 후퇴하겠다는 뜻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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