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제품은 쏙 빼놨네”...가격 내린다던 라면업계 ‘꼼수’ 논란
소비자들 불만 목소리 커
업계 “적자인데도 내렸다”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에 라면업계가 13년만에 라면 가격을 줄줄이 인하했지만 대다수 업체가 주요 인기제품은 가격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꼼수가 아니냐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다. 라면 제조사들은 밀가루값이 겨우 5% 가량 내린 상황에서 인건비·에너지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가격인하 여력이 없다면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부 기업은 국내 라면사업에서 적자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눈치에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 28일 내달 1일부터 라면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한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판매가격 기준으로 스낵면은 3380원(5개 기준)에서 3180원으로 5.9%, 참깨라면은 4680원(4개)에서 4480원으로 4.3%, 진짬뽕은 6480원(4개)에서 6180원으로 4.6% 각각 인하했다.
하지만 주력 제품인 진라면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진라면은 오뚜기 전체 라면 판매에서 매출 비중이 30%에 달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이 핵심 제품이라 가격을 내리면 수익성 측면에서 타격이 너무 크다”면서 “진라면의 경우 지난 2010년 가격을 내린 이후 11년간 가격을 동결했기 때문에 여전히 타사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은 하지만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까지 내리는 것은 도저히 어렵다”면서 “불닭볶음면이 전세계로 수출되는 상황에서 국내 판매 가격이 내려갈 경우 해외에서도 연쇄적으로 판매가격 인하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팔도 역시 일품해물라면, 왕뚜껑봉지면, 남자라면 등 11개 라면 제품에 대해 다음달부터 소비자 가격을 평균 5.1% 인하한다고 밝혔으나,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인 팔도비빔면이나 왕뚜껑컵라면은 가격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 27일 가격 인하 계획을 가장 먼저 밝힌 농심은 각각 라면 및 과자 대표 제품인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각각 4.5%, 6.9% 낮추기로 했다. 농심은 출고가 기준 연간 약 200억원으로 추정되는 가격 인하 혜택을 모든 품목으로 나눠 적용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활물가 하락폭이 작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인기 제품으로 가격인하 대상을 한정했다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30% 이상 오른 밀가루 값이 이제 겨우 5% 내린 수준”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모든 제품 가격을 작년에 인상한 만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라면 제조사들이 정부 눈치에 일부 제품 가격 인하로 생색은 냈지만, 급격한 수익성 저하를 피하기 위해 인하 품목을 일부 제품군으로 한정하거나 인기 제품은 제외한 것이다. 팔도의 경우 지난해 국내 라면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사정도 크게 나아지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 속에 타사들이 줄줄이 가격을 내리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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