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아청물 소지 전과자, 공무원 임용 영구 정지는 부당" [상보]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해 처벌받은 사람의 공무원 임용을 영구 금지한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9일 헌법재판소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국가공무원법 33조와 지방공무원법 31조 관련 위헌확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6대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해 처벌받은 사람의 공무원 임용을 영구 금지한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 자체는 위헌이지만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이들 법률 조항에 대해 2024년 5월 31일까지 법 개정 시한을 뒀다.

A씨는 2019년 9월경 텔레그램 '박사방'에 입장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휴대전화로 내려받아 소지한 혐의로 벌금 7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 명령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A씨는 공무원의 결격사유를 정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호의4 나목 중 일부가 헌법상 공무담임권(국민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으로서 공적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해 처벌받은 사람의 공무원 임용을 영구 금지한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아동·청소년과 관련이 없는 직무를 포함해 모든 일반직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도록 해 제한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포괄적이다"라며 "영구적으로 임용을 제한하고 결격사유가 해소될 어떠한 가능성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범죄의 종류, 죄질 등은 다양하므로 개별 범죄의 비난 가능성 및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상당한 기간 임용을 제한하는 덜 침해적인 방법으로도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죄는 그 자체로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공무원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손상하고 원활한 공무수행에 어려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