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 상향·인출 중단제 도입하자" [금융포럼 2023 종합]
사이버 뱅크런에 SVB 36시간 만에 파산…국내 무관하다 못 해
시장 실패 허용 않는 국내 비교적 안전하나 예외 상황 대비 필요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미국 내 자산 규모 16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사이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으로 단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전자 금융서비스 이용률이 높은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장담은 없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 전문가들은 서킷 브레이커 같은 예금인출 일시 중단 제도를 도입하고,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국 은행회관에서 열린 아이뉴스24 금융포럼 '사이버 뱅크런, 우리는 안전한가'에서 "SVB 사태는 지나친 규제 완화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며 "규제 완화 혜택이 없었다면 취약한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비율이 드러나 시장에서 사전 대응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미국이 한 스트레스테스트에는 금리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아, 규제했어도 SVB 사태를 막기는 어려웠다"고 봤다. 그러면서 "엄격한 건전성 규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다른 시각에서 누락한 부분을 찾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예외 상황 대비해 예금자 보호 최소 1억원으로 상향 필요"
최공필 한국핀테크학회 디지털금융센터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다중보안과 보수적 관리 운영체계, 만약의 사태에 대한 정책 당국의 강력한 조치 기대로 시장 여건 불안정은 지속하기 어려우나 예외적인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집중토론 참석자들은 예금자 보호 한도를 올려 자산 손실에 대한 공포감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광우 카이스트(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호 한도를 기존 5천만원에서 최소 1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도 "미국의 경우 보호받는 예금이 전체 예금의 56%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한참 못 미치는 34% 수준만 보호하고 있다"며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하는 게 다른 제도를 새롭게 정비하는 것만큼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예금자 보호 한도를 올리면 금융사들이 납부해야 하는 예금 보험료 비용이 올라 금융 소비자들의 여·수신 금리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금융업계는 상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예보료율은 은행 0.08%, 증권사·보험사 0.15%, 저축은행 0.40%, 종합금융 0.15%다. 예보는 각 금융사의 경영과 재무 상태에 따라 차등보험요율제를 운영하며 할인과 할증을 적용하고 있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억원까지 2배 올라가면 사고 시 피해 보장 규모가 커져 예금보험료도 일정 수준 오를 수밖에 없다.
◆일시 예금 인출 정지 제도 도입 vs 혼란 우려
박광우 교수는 자본시장의 서킷브레이커처럼 급격한 예금 인출이 있을 때 30분 또는 1시간 동안 지연하는 '일시적 예금 인출 정지 제도'를 제안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악성 소문으로 뱅크런이 일어났던 SVB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센터장은 혼란이 있을 수 있기에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여러 고민이 필요하지만, 일종의 '별대'처럼 예금을 유형별로 분리해 운영·적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최공필 대표는 "위기 시 비보험 예금인출에 관한 사전적 제한(우선순위) 규정 도입과 예금 자체를 차등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연계해 핵심적 예금자산의 보호·활용 관련 포괄적 분석·대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철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정책부장은 "CBDC 관련 다양한 활용사례를 점검하는 한편, 법·제도적 기반 마련 등을 위해 대내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0년 CBDC 전담 조직을 신설해 파급효과 등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다.
아울러 한국증권학회 회장을 지낸 박광우 교수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일시에 투자 자산이 빠져나가는 '펀드런'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펀드의 경우 고유 자산은 은행 등 신탁계정에 맡기므로, 운용사의 자산 건전성 문제에 따른 투자자 손실엔 한계가 있는 구조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장 축사를 통해 "해결할 방법을 찾아가는 게 필요하다"며 "여기서 나온 내용은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하고 제도를 마련할 때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축사를 통해 "빛의 속도로 돈이 움직일 수 있는 게 금융의 새로운 모습"이라며 "이번 아이뉴스24의 금융 포럼이 금융산업을 되돌아보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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