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비 부담' 입찰참가 제한하자 소송…법원 "위법해 취소"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법원이 소속 직원들의 비위 행위를 이유로 처분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취소했다. 공사계약의 '공정성과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채정선)는 원고 A회사가 피고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고속국도 제65호선 포항-영덕간 건설공사 제3공구의 입찰에 참가해 낙찰자로 선정된 원고 A회사의 소속 직원이며 공사의 현장소장인 B씨는 한국도로공사 포항영덕건설사업단 단장, 공사팀장, 공사차장, 설계차장 등과 함께 골프를 친 후 비용 1인당 26만여원에서 28만여원을 부담했다.

이를 인지한 한국도로공사 감사실은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징계를 요청함과 더불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음을 이유로 관할 법원에 통보하도록 요구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공사팀장, 공사차장, 설계차장과 원고 회사 직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결정을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비위행위가 국가계약법과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에 따라 입찰, 낙찰 또는 계약의 체결, 이행과 관련해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3개월 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는 ▲처분 사유의 부존재 ▲재량권 일탈·남용 등을 이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골프비용을 모두 부담한 비위행위는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7호에서 규정한 뇌물을 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비위행위가 공정성과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자체 감사내용을 보더라도 비위행위가 이 사건 공사계약의 이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입찰제한 처분은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원고의 주장에 대해 이유 있다고 봤다.

이어 "공사금액이 크고 장기간 예정된 대규모 공사 이행과정에서 계약 위반 또는 위법 문제가 발생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비위행위 당시 제공된 금품은 액수가 비교적 크지 않은 편이다. 비위행위가 4개월의 간격으로 2회에 그쳤을 뿐이고 당시 공사계약 내용의 실질적 변경을 앞두고 있었다거나 사실상 변경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공사계약변경의 경위와 시기, 내용과 원인 등을 고려할 때 골프 접대를 받은 피고 소속 직원들이 계약변경 검토 등 업무와 관련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제한 처분 취소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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