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댄서 다 알고 있어…왜 한국이 잘하는지 궁금해 하더라”
12월까지 클래식·무용 등 11개 프로그램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국의 비보이 무버(MOVER)는 뼈와 관절이 없는 것 같은 화려한 기교를 보여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열린 힙합 축제 ‘브레이킹 컨벤션’에 참가한 무버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스타 안무가’ 김설진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무버는 지난 4월 페스티벌에서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 무대를 선보였고, 지난 14일까지 영국 9개 도시 투어를 돌았다. ‘회전목마’라는 뜻의 ‘메리-고-라운드’는 힙합 장르에서 두 대의 턴테이블을 활용해 노래의 간주를 반복하는 디제잉 기술을 의미한다. 안무가 김기수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턴테이블에서 시작된 비보잉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우리의 삶을 춤으로 녹였다.
김기수 안무가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2023 코리안시즌 간담회에 참석, “페스티벌과 영국 9개 도시 투어를 하며 한국 댄서들에 대한 현지 반응을 체감했다”며 지난 공연을 돌아봤다.
“제가 어릴 때는 미국과 영국 문화를 동경하며 춤을 췄는데, 이번에 영국에서 공연을 하니 그쪽 사람들은 왜 한국 댄서들이 잘하는 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현상을 봤어요. 재밌었던 것은 우리는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댄서 한 명 한 명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스트리트든 무용이든 우리의 동작 하나하나를 알고 있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김기수)
젊은 세대에게 국한된 한국의 비보이 등 스트리트 댄스와 달리 영국에서의 춤은 온 세대가 즐긴다. 실제로 무버의 공연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대동한 가족 단위 관객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댄스신의 빠른 성장은 두 춤꾼이 체감하고 돌아왔다. 김설진은 “15년 전 영국에서 공연을 했는데, 한국은 경제뿐 아니라, 문화예술도 급속도로 성장했는데 다른 나라는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만큼 해외에선 한국의 성장을 궁금해하고, 문화 지원 등 한국의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2023 코리아 시즌’은 한국과 영국의 수교 140주년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공동 주최, 올 한 해 동안 영국에서 한국 문화와 예술가를 소개한다. ‘시대의 초월, 세기의 확장’을 주제로 12월까지 12개 도시에서 클래식, 창극, 현대무용 등 총 11개 프로그램을 구성해 선보인다. 지난 2월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회로 ‘코리아 시즌’의 막을 올렸다. 이어 ‘무버’의 공연이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 여름엔 세계적인 예술축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 특집 주간 ‘포커스 온 코리아’가 마련됐다. 8월 8~17일까지 클래식 공연 4편과 국립창극단의 ‘트로이의 여인들’이 함께 한다.
클래식 공연은 노부스 콰르텟의 현악 사중주(8월 8일), 첼리스트 한재민과 KBS교향악단의 드보르자크와 차이콥스키(8월11일), 손열음의 체르니, 리스트 등 19세기 작품 리사이틀(8월 15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8월 17일)의 무대로 구성했다. 손유리 KBS교향악단 팀장은 “K-클래식의 저력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며 “한국을 대표해서 참가하는 만큼 책임감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의 히트작 ‘트로이의 여인들’은 그간 미국, 영국 등지에서 공연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2016년 국립극장과 싱가포르 예술축제가 공동 제작,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작가 배삼식이 창극 극본을 썼다. 싱가포르 출신 세계적 연출가 옹켕센이 연출을 맡았다. 트로이 신화를 다룬 익히 알려진 그리스 비극에 한국의 음악이 만나자 이전엔 상상 못한 또 하나의 예술 세계가 창조됐다. 음악은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정재일이 맡았다.
배삼식 작가는 ‘트로이의 여인들’이 해외 공연에서 호평받는 이유에 대해 “극한의 고통, 가장 낮은 자리에서도 인간으로서 자존을 지키기 위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에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며 “해외 관객에겐 우리 소리가 지닌 음악적 형식의 아름다운 힘이 호소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리스 연극은 기본적으로 노래로, 뮤지컬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며 “텍스트로만 접하며 그들이 잠시 잊고 있던 노래의 힘, 음악의 힘을 해외 관객도 느끼면서 놀라워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유일한 언어극인 만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린 번역은 언제나 고민이다. 배 작가는 “이 작품은 처음 기획 당시부터 에우리피데스의 원작, 장 폴 사르트르가 각색한 대본으로 작업하면서 현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깊이 고민하며 작업했다”며 “공연마다 번역 문제에 부딪힌다. 같은 영어로 번역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변형들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미국, 영국 극장의 상주 드라마터크들과의 협업을 통해 적절할 뉘앙스를 전달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현대무용가 안은미는 오는 9월 바비칸 센터와 맨체스터 라우리 극장에서 ‘드래곤즈(Dragons)’를 네 차례 공연한다. 2000년 이후 태어난 무용수들이 출연해 용을 주제로 아시아의 정체성을 탐구한 작품으로, 팬데믹 시기동안 만들어졌다. 젊은 세대들이 춤을 기억하는 방식을 탐구한 작품이다.
안은미는 “한국과 영국의 예술가들이 쌍방으로 교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며 “K-컬쳐가 뜨고 있을 때 서로 토론하고 이해하는 교류의 장이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코리아 시즌’엔 뉴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이 다음 달 이씨(ESEA) 컨템포러리와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해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회를 연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받은 김희천은 11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한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 부부 박웅철·기보미의 한국 식문화 행사, 한국 영화 특별상영회, 웨스트민스터 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류 행사 등 다양한 분야의 행사도 마련됐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은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국제적 예술 무대다. 유서 깊은 행사에 한국이 중점국가로 초대받은 것은 소프트파워 강국 한국의 위상이 반영된 결과”라며 “문화매력국가로서 K-컬처, K-콘텐츠의 위상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친선과 교류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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