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논의 주체 확대에…정부 "보정심서 논의"vs의협 "합의 유효한가"
복지부 "중요한 정책 결정 보건의료정책심의위서 논의 돼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보건복지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의 의사 인력 확충 정책을 앞으로 법정 심의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하자 대한의사협회가 29일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연 제12차 의료현안 협의체 회의에서 의협 측은 "협의체가 한낱 공수표로 전락하지 않기를 요청한다"고 비판했다.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의협 측을 대표해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대 정원 문제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중심으로 논의하겠다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협회와 회원 모두에게 큰 상실감과 좌절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의협은 복지부에 (몇 가지를) 묻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 등의 과제를 협의하기로 한 2020년 9월, 의정 협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의사들과 먼저 논의를 한 것"이라며 "의료계와의 협의만으로 충분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사인력 확충이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언론계, 각계 전문가 등 다각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의료계와의 논의는 물론 다양한 당사자가 포함된 '보건의료기본법' 상의 법정 심의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이광래 회장은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2020년 9.4 의정 합의는 아직 유효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협의체에서 의정 간 도출된 결과와 장관께서 말씀하신 사회적 합의체의 결정이 서로 배치될 경우에는 어떻게 되느냐"며 "장관 발언으로 존재 이유를 상실한 협의체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냐"라며 "협상과 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간의 상호신뢰"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날 의료계가 반대했지만 일부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 시행한 의학전문대학원의 실패와 여론을 등에 업고 설립된 서남의대의 폐교에서 봐왔듯이, 의료 전문가의 고언을 직역 이기주의로 치부하고 강행한 정책이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내년 인턴들이 필수의료 전공과목에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는 일"이라며 "전문의들이 필요한 분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필수의료 전문의 수가 가장 많을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고 전했다.
그러나 복지부 입장은 확고했다. 이 회장 발언에 앞서 입을 연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 인력 확충과 배치, 필수 의료 관련 정책 대안 마련은 국민의 건강 증진, 보호와 관련된 중요한 정책 결정 사안"이라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의견 수렴과 심의를 병행해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료계 의견도 충실히 수렴할 예정"이라며 "협의체는 그동안 성과를 내며 훌륭히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앞으로도 의료계 현장 의견을 정책에 합리적으로 반영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관은 "정부는 다양한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추진하고 또 준비하고 있다. 정책 효과가 온전히 발휘되고 국민이 체감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 참여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지혜를 함께 모아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의협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의대 정원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라는 복지부 방침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향후 정부와의 각종 분야의 모든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협의체에도 참여했고 의협은 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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