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아동성착취물 소지 전과자, 공무원 임용 영구 제한은 부당”
“직무 불문 임용 제한 지나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해 형이 확정된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범죄의 경중,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영구적으로 임용을 제한한 것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29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33조와 지방공무원법 31조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효력을 당장 무효로 하는 위헌 결정과 달리 법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결정이다. 국회는 2024년 5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청구인 A씨는 2019년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다운받아 소지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700만원 및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A씨는 수사를 받기 전인 2020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에 응시했다. 2022년에도 응시할 예정이었으나 2022년 6월 형이 확정됐다. B씨도 같은 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로 벌금형 500만원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심판대상 조항이 공무담임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돼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고도의 윤리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직역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로 형을 확정받은 사람의 진입을 제한하는 조항의 목적 자체는 적합하나, 구체적인 범죄 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직 공무원 임용을 일률적·영구적으로 제한하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은 직무의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일반직공무원에 임용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데, 제한되는 직무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포괄적”이라며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대성을 고려하더라도,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 등과 무관하게 영구히 임용을 제한하고 결격사유를 해소할 수 없는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청구인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은 지나치게 크다”고 했다.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을 전제로 성립되는 범죄라는 점에서 성착취 및 성학대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로 형이 확정된 사람을 국민의 신뢰가 생명인 공직사회에 아무런 제약 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성착취 및 성학대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어려워질 것이며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실추될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전과자가 일반직 공무원이나 군 부사관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대해서도 유사한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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