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尹, 민주당 반국가세력으로 규정”…국힘 “민주당, 北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 구걸” [투데이 여의도 스케치]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한 축사의 여파가 거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 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축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권과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호도했다는 반응을, 국민의힘은 당연한 얘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제2연평해전 21주기인 29일, 여야의 평화와 안보관이 또다시 충돌했다.
박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박정희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정부의 한반도평화정책, 노무현정부의 10.4남북 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며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평화경제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에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넘겨주기 위한 절실하고도 절박한 노력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했다. 또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는 국민 통합”이라며 “대통령의 어제 언급은 이 국민 통합의 정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비판의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김 부의장은 “윤 대통령이 연설한 자유총연맹의 원래 이름은 반공연맹”이라며 “반공 부흥회에 온 안보 강사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면 안 된다, 계속 전진해야 된다고 독려하는 선전포고로 들렸다”고 주장했다. 김 부의장은 이어 “소름 끼치는 어제 연설로 민주당은 이제 반국가 단체가 되었다”며 “증오를 부추기는 선동연설로 광기의 사회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젖힌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대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권에 따라 정책은 달라질 수 있어도 평화를 위한 노력은 이어지는데 현 정부는 전임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고 부정해 평화 정책의 맥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 통합을 언급하며 윤석열정부가 국민을 양극단으로 모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저와 우리 국민의힘은 피, 땀, 눈물로 우리 국토를 지켜낸 연평해전 용사들께 국가의 이름으로 경의를 표하고 영웅으로 모시겠다”며 “한미동맹을 보다 더욱 강화시키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인권존중의 보편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해 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이날 SNS에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 달라고 읍소하고, 종전선언 노래 부르고 다닌 분들. 이분들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충신이라고 할까요? 애국자라고 할까요?”라며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일관되게 안보관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북한의 위협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적인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하고, 종전선언을 운운하는 것은 국가의 안보를 흔드는 반국가적인 행위라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2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지 약 4년 만에 화이트리스트에 완전히 복원하기로 결정하는 등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자신감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윤 대통령의 축사에 대해 “대한민국 원내 제1당인 야당을 대상으로 해서 반국가 단체로 그렇게 말씀하셨을 리는 없다고 본다”며 “지난 정부 당시 친북이나 종북에 가까운 일부 사람들을 제대로 솎아내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기 위한 발언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며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한편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 21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대통령실은 당장 '반국가 세력'이라는 발언이 누구의 생각인지 밝히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은 모른 척 넘어갈 생각은 접어두고, 오늘의 질문에 답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평화, 안보, 반국가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최우석·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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