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나란히 연평해전 기념식 참석했지만…“민주당 정권, 북한에 평화 구걸” “더이상 대결 조장 말라” 갈등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연평해전 발발 21주년인 29일에도 날선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사자들의 명복을 비는 자리에는 함께 참석했지만, 행사 전후로는 서로에게 쓴소리를 했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 평택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21주년 승전 기념식’에 참석했다. 양당 대표가 함께 기념식을 찾은 건 2년 만이었다.
이들은 기념식에 앞서 전승비 하단에 새겨진 전사자 6명의 얼굴 부조상을 유가족들과 함께 어루만지고 참배했다. 참배 현장부터 기념식이 진행된 강당까지 두 대표는 내내 나란히 앉았다. 인사차 악수도 나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서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기념식 전후로 두 사람의 ‘메시지 전쟁’이 계속됐다. 김 대표는 기념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적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하는 그런 세력이 있다면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반국가세력” 발언에 호응한 것이다. 김 대표는 “대통령께서 하신 발언은 정확한 팩트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거기에 대해 반발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기념식 참석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적 북한에 맞서 싸운 자랑스러운 승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민주당 정권에서 이 해전의 희생자들은 따돌림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 및 생존자들에게 민주당이 무심했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 직전 기념식 참석자는 6년 만에 현장을 찾은 2021년 송영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김 대표는 “민주당 권력자들은 북한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채 막연히 북한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를 구걸하며, 자랑스러운 호국 용사들을 욕되게 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뒤엔 별다른 말이 없었지만, 이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역신문의 날 기념식’ 행사 직후 “우리가 강한 국방력으로 이긴 것은 자랑스러워할 만하지만 가능하다면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권력자들은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김 대표 주장을 두고는 “평화는 피아를 가리지 않고 가장 핵심적으로 추구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며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을 지키는 일에 국가 권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대결과 갈등을 조장하는 길이 아니라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통합의 길로 가주십사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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