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여파 수면위로…저축은행 발 디레버리징 본격화
조달비용 상승에 저축은행 대출 올들어 감소세
디레버리징 따른 물가 안정효과는 긍정적
‘통화정책의 길고 가변적인 시차’가 지나면서 기준금리 인상의 신용경로 파급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주 들어서만 2금융권 금융사 3곳이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저축은행은 올들어 여신 잔액이 계속 줄고 있다. 지속된 통화긴축의 효과가 누적되고 있어 비은행권 중심의 신용위축이 디레버리징(대출축소)으로 이어지고 덕분에 근원물가상승률도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은 최근 일주일 새 신용평가사 2곳에서 등급전망이 하향됐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모두 웰컴저축은행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향후 6개월에서 2년 새 신용등급이 BBB+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양사는 모두 과도한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부동산금융·개인신용대출 부문 자산건전성 저하, 조달비용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기업평가는 “2023년 3월말 부동산금융(본PF, 브릿지론) 익스포저가 1조 4777억원으로 규모면에서 과도하다”며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의 부실화위험이 재무건전성 지표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업권 평균 수준을 감안할 때 부실여신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며 “자산건전성 저하 압력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에 모두 존재한다”고 했다. 또 한신평은 “가계대출 차주의 상당수가 다중채무자로 채무상환능력이 낮은 차주 비중이 높고, 가계채무부담이 확대되고 있어 가계대출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3년 3월 말 개인신용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2%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NICE신용평가도 지난 28일 OSB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조달비용 및 대손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저하, 부동산개발금융자산 등 자산건전성 저하위험 확대, 열위한 자본적정성 등을 논거로 들었다. 한기평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지난 27일 OK캐피탈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낮췄다. 분기로 범위를 넓히면 전망 하향 사례는 더 많다. 한국기업평가가 키움저축은행, 오케이저축은행, 바로저축은행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A-/부정적’, ‘BBB+/부정적’, ‘BBB+/부정적’으로 내렸다.
저축은행권을 중심으로 건전성 우려가 고조하는 데다 수신 경쟁으로 조달 비용까지 올라가며 저축은행은 1월 이후 여신 잔액이 계속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115조 6003억원을 기록했던 상호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4월 말 112조 879억원으로 약 3조 5000억원 감소했다. 차주의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로 은행이 이전보다 대출에 신중해지는 통화정책의 신용경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긴축 효과가 누적되고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여신 감소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저축은행은 대부분 예금을 받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락이 직접 조달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평판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정기예금 경쟁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권 수신은 1월 말 120조 7854억원에서 4월 114조 6159억원으로 6조 가까이 줄었다. 또 신용등급이 BBB- 아래로 떨어지면 퇴직연금 상품을 팔지 못하기 때문에 조달에 직접 문제가 생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1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발표하며 “2분기 중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태도는 모든 업권에서 강화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연체율 상승 등으로 수익성 및 대출건전성 저하 우려가 증대되면서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했다.
대출 감소는 한국은행이 목표하는 디레버리징과 물가 안정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정책의 신용경로 파급이 진행 중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성 교수는 “신용위축은 근원 인플레이션율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다른 요인이 더해져 충분히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신용위축이 증가하면 디레버리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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