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우려에 원·달러 환율 1310원 돌파…“원화 강세 되돌림”
파월 “7·9월 연속 금리인상” 시사
미 달러화 강세
日엔화·中위안화 동반 약세
원·달러 환율이 약 한 달 만에 1310원을 돌파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앞으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데다, 원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동반 약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3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317.6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1일(1321.6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3.2원 상승한 1310.5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중 상승폭을 키워 한때 1318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통화 가치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이 이날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8일(현지시각)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현재 통화 긴축의 정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제약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 고착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이 오는 7월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서 연준이 7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2%까지 높아졌다.
추가 긴축 우려에 위험회피 심리가 살아났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63% 오른 102.865에 거래되고 있다. 그만큼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국내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이 최근 순매도로 돌아선 점도 환율 상승에 기여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국내 주식 1조409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5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달 엔화와 위안화에 비해 원화 강세가 두드러진 데 따른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전환이 원화 가치 하락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엔화와 위안화 흐름에 동조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 원화는 지난달 위안화와 엔화가 약세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강세를 보였는데, 약 열흘 전부터는 두 통화의 움직임을 다시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특징 때문에 일반적으로 원화는 위안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준(準)기축통화로 분류되는 엔화 변동에도 영향을 받는다.
최근 엔화 가치는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초 달러당 127엔대였던 엔화 환율은 전날 144엔대까지 상승(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일본 재무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시사했지만 약세 기조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중앙은행이 초저금리로 대표되는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를 유지하기로 한 가운데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일본과 달리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지속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과 일본간 장기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에 엔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해 일본 정부가 달러당 엔화 가치가 145엔을 넘어섰을 때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화 약세가 완화될 경우 원화도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위안화 가치도 연일 하락세다. 중국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한 탓에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7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이미 포치’(破七·1달러=7위안)를 넘어섰고, 중국 정부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통하는 달러당 7.25위안에도 근접했다. 중국 당국과 국영은행이 전날 달러 매입, 고시환율 조정 등으로 시장에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까지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실제 주요 기관은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5%에서 5.2%로 낮췄다. 앞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5.4%로 내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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