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인데 뭐 어때” 서울여성플라자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 남직원 난입
나가달라 항의에도 즉시 안 나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스포츠센터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 소방점검을 이유로 남성 직원이 들어온 일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들과 보호자가 항의하자 수영장 관계자는 “애들인데 어떠냐”고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10)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스포츠센터 탈의실에서 남성 직원과 마주치고 깜짝 놀라 샤워실로 뛰어 들어갔다. 당시 A양은 수업 강습을 앞두고 옷을 갈아입느라 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다른 초등학생 7명도 탈의 중이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2차 성징이 끝난 아이들도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8살 딸 아이가 수영복 입는 것을 돕고 있던 B씨는 “소방 시설을 고친다며 남자가 사다리를 들고 들어왔다”면서 “다 벗고 있던 어떤 아이가 남성과 정면으로 마주친 뒤 안으로 뛰어갔다. 아이가 남자와 마주친 것도 충격이었지만 혹여 미끄러운데 넘어질까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B씨를 비롯한 보호자들은 “나가 달라”고 항의했지만 남직원은 “재단의 허락을 받고 소방점검을 위해 들어온 것”이라며 즉시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B씨는 탈의실 중앙까지 들어온 남직원 말고도 탈의실 입구에 서 있던 직원 2명이 탈의실 안을 응시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라고 적힌 옷을 입고 있었다. 탈의실 구조상 입구에서도 전신거울에 비친 탈의실 내부를 볼 수 있다.
탈의실에서 벌어진 일을 알게 된 A양의 어머니 김모씨는 다른 보호자들과 스포츠센터 안내데스크에 재차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아이인데 뭐 어떠냐”는 대답이었다.
재단은 수영장이 있는 스포츠센터는 재단과 계약한 사업자가 운영하며, ‘아이’ 운운한 직원 역시 재단 소속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방점검은 재단 건물의 화재 수신기 교체 작업을 진행하던 중 스포츠센터로부터 가능한 작업 시간을 안내받아 용역업체 직원들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사전에 철저하게 점검 안내를 하거나 탈의실 이용객이 없는 시간에 진행할 수 없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B씨는 “만약 아이들이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들 여성 탈의실에 남자 직원이 들어오려면 아이들이나 부모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다른 곳이 아닌 여성가족재단에 있는 수영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재단에서 위탁 경영을 맡겼으면 재단도 관리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그곳 이름이 ‘여성플라자’이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딸에게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으며 “(직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까”라고 묻자 A양은 “아니다. 말해달라”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한다. 김씨는 “10살이면 아빠한테도 신체를 보여주길 조심스러워하는 나이”라며 “아이들은 (불쾌감을) 표현해야 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공포감부터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쉽게 대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재단 관계자는 “스포츠센터에서는 여성 직원이 먼저 들어가서 탈의실 안에 들어가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면서 “민원인들과 소방점검 기사, 스포츠센터 직원 사이에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내용이 명확해지면 강하게 조치할 것이다. 사전 공지나 이용자가 없는 시간에 작업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이인데 어떻냐’고 말했다는 부분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동작경찰서는 관련 신고를 접수한 뒤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점검을 하러 들어간 직원들이 사람이 있는지 모르고 들어갔다고 하는 것 같다. 직원 한 명은 아동들이 들어가기 전에 들어갔다고 한다”면서 “성적 목적이 있었는지 고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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