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대 적자’ 한전, 역마진 탈출하고 주가도 끌어올리나
지난해 약 34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한국전력 주가가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역마진 해소 등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 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1.31%(260원) 오른 2만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전 주가는 지난 일주일 새 8.32% 급등했다.
한전은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연고점(2만2750원) 대비 24.7% 떨어진 1만7140원에 거래되는 등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33조9085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내면서 한전 주가가 부침을 겪자 외국계 자본이 대거 빠져나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전력 주식예탁증서(ADR) 지분을 15.4% 줄이고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보유 지분을 약 21% 축소했다.
하지만 최근 한전의 역마진 문제가 해소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하고 있는 중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 받으면서 그동안 구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온 전력구매가격(SMP)이 kWh당 143.6원으로 전기요금(154.6원)보다 낮아지면서 한전은 2021년 10월 이후 19개월 만에 역마진 문제를 해소했다.
종전까지 전기를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던 한전이 지난달부터는 이득을 챙기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21일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요금)를 동결하기로 하면서 이와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미반영 조정분을 고려하여 동결로 결론지어진 것은 다행인 부분으로 볼 수 있다”면서 “만약 인하요인이 크게 발생했음에도 (4분기에도) 동결된다면 한국전력 정상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장기 수익률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MMBTU당 천연가스 가격은 고점 대비 20% 수준까지 내려왔었지만 노르웨이, 북미 등 주요 생산국들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양상에 따라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의 시세 변동은 통상 반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구매가격에 반영된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15% 정도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러시아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름철 ‘냉방비 폭탄’ 등 전기요금 문제가 부각될 경우 연일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압박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전력의 매출액은 에어컨 가동 등으로 1년 중 전기요금이 가장 많이 나오는 여름이 포함된 3분기가 연중 가장 높게 잡힌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 입장에서 여름은 에어컨 가동으로 대부분 주택용 소비자들이 누진제 최고 구간을 적용받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우면 더울수록 실적은 개선될 전망”이라면서 “다만 무더위가 극심할 경우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 정책 등이 시행될 수 있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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