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물 소지 → 공무원 임용 영구제한' 헌법불합치 결정

[theL] "경중·위험성 불문하고 영구 임용제한은 부당"

/사진=뉴스1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음란물을 소지해 처벌되면 미성년자를 강간하거나 추행한 경우와 동등하게 일반직 공무원이 될 자격을 영구히 박탈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상 결격사유 조항에 청구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29일 재판관 6대2 의견으로 받아들여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국가공무원법 33조와 지방공무원법 31조 중 6호의4에 따르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폭력처벌법이나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명시된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사람은 기한 없이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헌재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해 형이 확정된 사람에게 이 같은 조문을 2024년 5월31일까지만 적용할 수 있도록 조문의 효력을 제한했다.

두 법률 조항은 △성인 대상 성범죄로 인한 100만원 이상 벌금형 확정자 △일반 범죄로 인한 금고·징역 실형·집행유예 확정자 등에 대해 일반직 공무원 임용 자격을 2~5년간 제한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이들 조항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에 대해선 형벌의 경중과 상관없이 임용 자격을 영구히 제한하도록 규정돼 있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수 재판관은 "위헌성은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점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을 불문하고 직무에 상관없이 영구적으로 임용을 제한하는 점"이라며 "임용을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공무수행 중에 아동·청소년과 접촉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선 언제든지 접촉이 발생할 수 있다"며 "만일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죄 확정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된 상태에서 다시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범하면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심히 추락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남겼다.

헌재는 지난해 11월에도 두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아동을 상대로 성희롱 등 성적학대를 저질러 형이 확정되더라도 일반직 공무원 임용 자격을 영구히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