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왜 늘었나 했더니...기온 1도 오를때 가정폭력 6.3% 증가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sgmaeng@mkinternet.com) 2023. 6. 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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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출처= 연합뉴스]
전세계 곳곳에서 이상 고온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지구 온난화로 연평균 기온이 올라가는 것이 남아시아 국가들의 가정 폭력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의학협회 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 남아시아 3개국의 가정폭력과 기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가 실렸다고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 3개국에서 연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올랐을 때 가정에서 발생한 물리적·성적 폭력 사건이 6.3%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3개국의 2010년부터 2018년까지 15~49세 여성 약 19만5000명이 겪은 육체적·정서적·성적 폭력을 추적하고, 같은 기간 내 기온 변동 자료와 비교한 결과다.

연구에 참여한 미세 벨 영국 예일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높은 온도가 폭력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리학적이고 사회적인 잠재 경로가 많다”면서 “폭염이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고 공격성을 강화하고 정신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이 농사 실패나 기반시설 악화, 경제 문제 등으로 이어지고 사람들을 집 안에만 머무르게 함으로써 극단적인 스트레스와 폭력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고온이 모든 소득계층의 폭력 증가와 관련이 있지만 저소득층과 시골 가정에서 폭력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사회·경제적 변수뿐 아니라 더위 자체가 신체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여성위원회에서 일했던 한 활동가는 “(인도에서) 이례적인 고온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 이는 가정에서 막대한 경제적 스트레스를 초래한다”면서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가장에게 아내는 분노와 자괴감을 쏟아내는 대상이 된다”고 했다.

극심한 열 노출이 아드레날린 분비 증가와 관련이 있고 이것이 공격적 성향을 높일 수 있다는 과거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기온 상승이 여성들을 위협하는 폭력 환경을 초래한다는 연구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연구는 폭염이 닥쳤을 때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 살해 위험이 40% 증가했다고 분석했으며, 케냐에서는 폭염 등 악천후가 발생했을 때 여성이 파트너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보고할 확률이 60%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인도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7도까지 올라가며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남아시아 국가들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도 50도에 육박했다. 중국 북부 역시 40도 이상의 고온으로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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