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정치 그만” 화환 설치한 유권자 재판행···헌재 “표현의 자유 침해, 위헌”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가 특정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화환을 설치하면 형사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29일 선거법 제90조 1항 1호 중 ‘화환의 설치’에 관한 부분 등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법불합치는 법률을 즉각적으로 무효로 할 경우 법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유예기간을 두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국회는 내년 5월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충북지역 시민단체 대표인 A씨는 충북도지사 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청주시 충북도청 앞에 “김영환, 이혜훈 사람이냐, 충북이 호구로 보이냐”, “김영환, 이혜훈 철새 정치 그만해라”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 50개를 설치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화환의 설치를 금지하는 선거법 조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선거법은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 이름·사진을 넣은 화환 설치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고, 이같은 화환을 설치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A씨 사건을 심리하던 청주지법 재판부는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라며 “국민이 선거와 관련해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로서 국민주권 행사의 일환이자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전제했다.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화환 설치 금지 조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했다. 해당 조항이 규제기간을 장기간으로 설정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만 인정되면 화환을 통한 정치적 표현 자체를 할 수 없게 해 문제라고 했다. 헌재는 후보자의 경우 선거사무소 간판·현수막 게시·표시물 착용 등이 허용되는 데 반해 일반 유권자는 화환 설치조차 할 수 없는 것도 부당하다고 봤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할 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에 대해 더욱 광범위하게 제한함으로써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형해화하고 있다”고 했다. 화환 설치를 허용하면 경제력있는 세력이 화환을 많이 설치해 선거기회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선거 과열로 인한 흑색선전이 문제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방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선거비용 규제나 인신공격적 비난·허위사실 적시를 통한 비방 등을 직접 금지하는 규정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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