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꺾여도 공실률이 발목…美부동산 투자 신중해야 [줌 인 해외부동산]
주거용 부동산 수요 회복세
오피스·IT기업 몰린 도심지
공실률 4년새 3.4%P 증가
상업용 부동산 전망 먹구름
앞으로 1~2년 더 힘든 시기
미국의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 찰스 멍거는 투자 원칙에 대해 "대중을 따라하는 것은 평균으로 후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월가의 큰곰' 제시 리버모어는 "추세를 거스르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는 상반된 내용이지만 어떠한 상황에 연결해도 맞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투자 명언에는 미국 주식 또는 부동산 투자에 관련된 내용이 많다. 긴 역사와 큰 시장에서 각종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과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멍거와 리버모어 이야기는 결국 '투자에 정답이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높은 대출금리 탓에 움츠러들었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줄어들고, 실업률 증가에 대한 우려로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
그러나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난 3월부터 신규 주택 판매가 1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주택 착공도 3개월 동안 7% 반등했다. 다만 주택 판매에는 계절적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주택 착공 건수가 아닌 착공 허가나 건설 지출액 등을 보면 미국 부동산 시장을 가늠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앞날은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현재 12.9%로 2019년 9.5% 대비 3.4%포인트 증가했다. 다운타운(도시 상업지역) 평균 공실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현시점에서는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오피스, 호텔,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보다 나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한 개인은 2021년 낮은 금리에 대환대출을 통해 대출 부담이 낮아졌다. 반면 10~3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이 된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5년 고정금리가 최장 기간이라는 단점 때문에 지금 같은 금리 급등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높은 금리로 갈아타야 한다.
여기에 공실률 증가로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기존보다 낮아지고, 높은 이자 비용이라는 '삼중고'를 겪어야 한다. 2019~2020년 거래가 활발했던 상업용 부동산은 2023년과 2024년 높은 금리로 갈아타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부정적인 뉴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똑같은 대출금리 인상이지만 고정금리 중심인 주거용 부동산과 변동금리 위주인 상업용 부동산 행보가 전혀 다른 셈이다.
물론 주거용 부동산도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다. 오피스가 집중된 다운타운이나 정보기술(IT) 회사 덕분에 활성화된 곳에서는 오피스 공실이 늘어난다. 이런 지역은 주거용 부동산도 오피스 공실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이 같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국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4% 떨어졌지만, 반대로 전년 대비 4% 넘게 오른 곳도 있다.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8.1%나 올랐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는 만큼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인구 유입과 유출을 분석해도 미국 어느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 하락하는지 알 수 있다. 이동하는 인구의 직업, 소득 수준까지 고려하면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하락폭도 유추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올랐으니 이제는 내려갈 것이다' 혹은 '가격이 내렸으니 올라갈 것' 같은 생각은 단순한 희망일 뿐이다.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고 희망에 따라 투자를 준비하고 행동하면 멍거나 리버모어 명언처럼 대중보다 한발 앞서거나 혹은 추세를 따르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미국 부동산은 배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지역, 복잡한 투자 프로세스, 투자 시점, 투자 후 관리,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 분석 등 한국 부동산 투자와는 엄연히 다르다.
주거용 부동산도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면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시기보다는 불안정 요소가 조금 더 줄어들고, 확실한 길이 보이는 상태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이 맞는다.
현시점에서는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을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다', 둘째로 '첫 번째 원칙을 절대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수적 관점에서 투자에 접근하는 것이 버핏과 같은 투자 원칙이다. 지금 미국 부동산은 보수적 관점에서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시장으로 분석된다.
[어태수 네오집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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