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외교사상 법으로"…中 '美 보복 명분' 대외관계법 제정

정혜인 기자 2023. 6. 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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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시행…"서방 패권 대응 법적 근거 마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뉴스1

중국이 서방 반중(反中) 패권에 보복 조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미국 주도의 서방 '디리스킹(위험제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첨단기술 등 핵심 분야를 둘러싼 미·중 중심의 패권 경쟁이 한층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중국 신화망·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국가주석 명의로 '중화인민공화국 대외관계법'을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대외관계법'은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제3차 회의를 통과했고, 이에 시 주석은 제7호 주석령을 발표해 해당 법 시행을 공표했다.

전인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외관계법' 전문에 따르면 법안은 총 45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제1조에는 대외관계법이 중국의 대외관계를 발전시키고 국가 주권, 안보, 발전이익, 인민의 이익을 수호하고자 헌법에 따라 제정됐다며 입법 취지 설명이 담겼다. 이는 이번 대외관계법이 중국에 대한 외국의 제재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기 위해 제정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제33조에서는 "중국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위반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주권, 안전 및 발전이익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권리가 있다"며 "국무원과 그 부서는 필요한 행정 법규를 제정해 상응 조치를 확정해 실시한다"고 규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상석에 앉아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AP=뉴시스

제34조에는 대만독립 문제와 직결되는 '하나의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조항에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기초해 세계 각국과 외교관계를 수립 발전시켜야 한다. (이와 관련) 중국은 조약이나 협정에 의거, 외교 관계를 변경 혹은 중지시키는 등의 필요한 외교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대만해협 관련 미국 등의 도발이 있을 시 대외관계법을 근거로 보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내 외국인에 대한 조항도 있다. 대외관계법은 제38조에서 "중국 내 외국인과 외국 조직은 중국 법을 준수해야 하고, 중국의 국가안전을 위협하고 사회공공이익을 해치거나 사회공공질서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이는 중국 내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이 중국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대외관계법을 적용해 그에 상응하는 규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법안 아닌 '시진핑 외교정책' 선언에 가깝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29일자 중국 관영 인민일보 기고 칼럼에서 "대외관계법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제정된 대외관계 기본법으로, 우리나라(중국) 대외법률체계 건설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대외관계법의 제정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사상, 특히 시진핑 외교 사상과 법치 사상을 철저히 관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모든 패권주의와 권력정치, 일방주의, 보호주의를 노골적으로 반대한다. 현재 중국의 발전은 전략적 기회와 위험 및 도전이 공존하는 시기에 접어들었고, 불확실성과 예측할 수 없는 요소가 증가했다"며 "중국을 향한 외국의 간섭, 제재, 파괴 등의 행위에 대응 및 제한적 법률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은 (패권주의 등을) 예방, 경고 및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향한 미국, 유럽 등 서방의 견제 움직임을 패권주의 등으로 간주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외관계법 마련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덴버대 조셉 포벨(Josef Korbel) 국제연구학부의 자오쑤이성 교수는 "대외관계법은 새로운 법안이라기보다는 시진핑의 외교정책 선언에 가깝다. 법적 절차를 통한 중국 외교 정책의 개인화"라고 지적했다. 홍콩 시립대의 왕장위 법과대학 교수는 "반외국제재법과 달리 대외관계법은 모든 면에서 중국의 대외관계 행위를 규율하는 포괄적인 법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외교 및 대외 관계 행위를 합법화하려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다른 한편으로든 국가 안보를 강화하려는 시진핑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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