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경제, 국제 위상에 맞춰 역할 확장해야”
유엔 결의안 채택으로 사회적경제 중요성 부각
지속가능발전 위한 사회적경제 역할·과제 논의
지난 4월 유엔(UN)은 만장일치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채택했다. 190여개 회원국과 국제 금융기관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도구로서 사회연대경제를 지원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2021년 유럽연합(EU)의 사회적경제 실행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연대경제 정의 채택에 이어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사회적경제를 잇는 국제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사회연대경제는 자발적 협력과 상호원조,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지배구조, 자율성과 독립성, 자산을 비롯해 잉여금 및 이윤의 분배와 사용에 있어 자본보다 사람과 사회적 목적을 우선하는 원칙에 기반을 두고 집단적 혹은 일반적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경제·사회·환경 활동에 종사하는 기업, 조직,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 … 사회연대경제기업은 협동조합, 협회, 공제조합, 재단, 사회적기업, 자조단체, 사회연대경제 가치와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
- 유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 중
유엔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사회적경제의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제20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에서다. 포럼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주관하고, 행복나래의 후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협찬으로 진행됐다.
발제자로 참여한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연대경제와 사회적경제가 한국적 맥락에서 같은 의미이지만, 최근 국제적으로 ‘사회연대경제’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나 시장 주도 경제발전이 우리 삶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해 사회연대경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국제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는 “유엔이 사회연대경제를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자 도구로 인식하고, 프레임워크로 활용하도록 장려한 것은 사회적경제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유엔 결의안 채택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 “국제적 위상에 발맞춰 사회적경제의 향후 역할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종걸 교수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사랑방 사례를 소개하며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적경제가 정책수단으로서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은 2011년 금융협동조합을 조직해 싼 이자로 생활비를 대출해주고, 병원비를 지원하거나 장례 도움을 주는 등 지역사업을 시작했다. “사회적경제의 기본 가치인 자조와 연대로 인간 생존과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영식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은 서울 은평구 주민이 나서 만든 ‘은평그린모아모아’ 정책을 소개하며 지역 사례를 공유했다. 은평구 내 단독주택 밀집 지역 내 폐기물 수거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9년 주민들이 직접 나서 이동식 재활용 정거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2년간 총 408톤의 재활용품 수거 실적을 달성한 이 사례는 지속가능발전목표 13번 ‘환경보호 실천’과 연결된다. 김 사무국장은 “지역의 모든 정책이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결될 수 있다”며 “지속가능발전목표 실천을 특정 부서 업무로만 제한하지 말고 여러 부서가 통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인 김홍길 경기도 사회적경제육성과장은 “경기도, 충청남도 등 전국 36개 지방자치단체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수립해 시·도정 전반에 ‘지속가능성’ 가치를 확립하려고 노력한다”라면서도 “현재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 과정에 지나치게 많은 세부 사업과 성과 지표가 있어서 행정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성이 있다”는 행정상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문보경 이사는 “행정 편의성으로 나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부문별 구분 시대의 종식”을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적경제가 우선해야 하는 과제로 제시하며 사회적경제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으로 사회적경제 성장 전략 마련, △지속가능발전기본법과 탄소중립기본법에 사회적경제 역할 삽입을 과제로 꼽으며 제도적 개선도 주문했다. 행사에 참석한 발표자들은 한목소리로 “사회적경제 육성 중심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사회적경제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주체로 성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행사에 축사로 참여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적경제가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역할 할 수 있도록 21대 국회 안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hyeb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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