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진 사태' 예방 기대…'외국인 총수'는 과제로"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 판단기준 및 확인절차의 관한 지침' 제정안 행정예고 내용 발표를 위해 브리핑실에 입장하고 있다. 공정거위원회는 기업집단 시책의 준거점이 되는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 5가지를 마련하여 2023년 6월 30일부터 7월 20일까지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2023.6.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기준 마련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랜 기간 고민해온 사안이다. 이번 기준 마련으로 과거 한진 사례처럼 특정 그룹의 사정 때문에 전체 대기업집단 및 총수의 지정 시기가 미뤄지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외국인 총수'에 대한 지정 규정을 담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자로 대기업집단과 해당 그룹의 총수를 지정한다.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은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총수 지정기준은 별도 규정되지 않아 그동안 '해당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로 추정해 지정해왔다.

공정위는 이번 제도 개편 배경과 관련 "제도 초기에는 변수가 적었지만 2세로의 경영권 승계, 다양한 지배구조의 기업집단 출현, 기관투자자의 경영 참여 확대 등 총수 선정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학계 등에서도 총수 판단에 필요한 기준 및 총수 확인 절차가 부재해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했다.

대기업집단으로선 지정자료 제출 의무, 사익편취 금지 등 각종 규제의 직접적 제재 대상인 '총수'의 지정기준이 명문화 돼 경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과거 한진 사례처럼 특정 그룹 총수 지정이 지연돼 전체 대기업집단 및 총수 지정이 미뤄지는 사례가 예방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9년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자로 이행했던 대기업집단 지정을 이례적으로 연기했다. 한진의 총수였던 고(故) 조양호 회장이 2019년 4월 사망했는데 조 회장의 3남매 간 총수 자리를 두고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한진과 같은 '특이 사례'가 발생해도 이번 마련한 기준에 따라 공정위가 제때 대기업집단 총수를 지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이슈였던 '외국인 총수' 지정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쿠팡을 처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가 김범석 창업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미국 국적자라는 사실을 고려해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외국인을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한 사례가 없고 총수 지정기준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제정안(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은 총수의 국적과 관계 없이 판단 기준에 관한 일반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외국인 총수 지정기준 마련에 대해서는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 시 실시한 외국 국적 보유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