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 "우크라 영토보전 존중"…중국, 중재 방향 전환하나

인교준 2023. 6. 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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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바그너 반란' 이후 러시아 양보 끌어내는 중재안 제시 가능성
'러시아 점령지 우크라에 반환 요구' 포함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줘야 한다는 뉘앙스를 담은 유럽연합(EU) 중국대표부 푸충 대사의 최근 발언이 눈길을 끈다.

이를 계기로 그간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전 종전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중국이 방향 전환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리후이 중국 특사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외교가에선 최근 미국 등 서방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압박에 몰린 중국이 러시아의 양보를 끌어내는 종전안을 만들어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신에 따르면 푸충 대사는 지난 16일 브뤼셀의 '2023 유럽-중국 비즈니스 정상회담' 후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안 될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푸 대사는 그러면서 "중국은 모든 국가의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사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1년 6개월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중국은 침략국인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서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중립적인 태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편들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푸 대사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을 지지함으로써 러시아의 반대편에 선 셈이기 때문이다.

통상 외교관들의 공적인 발언은 본국의 지침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푸 대사가 이번에 한 말은 중국 당국 의지의 표현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중국이 우크라이나전 종전 중재를 위해 기존과는 다른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기존의 러시아 편들기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 입장을 더 수용하는 쪽으로 중재안을 만들 것이라고 관측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TV 제공]

최근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군사 반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훼손된 걸 계기로 중국이 러시아의 양보를 끌어내는 행보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더 커진 중국은 그동안 나름대로 종전 중재 노력을 해왔다.

특히 중국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직접 대화 재개와 휴전 모색, 핵무기 사용·사용 위협 금지,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등 러시아 제재 중단을 포함해 12개 항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시진핑 국가 주석이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각각 만나는 등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종전 중재 행보를 지속해왔다.

특히 지난달 16일부터 보름 가까이 중국의 우크라이나전 중재 특사인 리후이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가 폴란드·프랑스·독일·벨기에를 거쳐 러시아에 중재안을 들고 찾아갔으나, 그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리후이 대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어떤 제안을 했고, 반응이 어땠는지에 대해 현재로선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양측 모두 중국의 중재에 가타부타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서로 만족스럽지 않았음이 분명해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년 12월 핵 안전, 식량·에너지 안보, 포로 석방, 유엔헌장 이행, 러시아 철군과 적대행위 중단, 환경 파괴 대처, 긴장 고조 예방, 종전 공고화 등 10개 항을 평화협상 조건으로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점령지 회복을 위해 러시아에 대공세를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당시 영토를 회복하겠다며 4개 지역 등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전 종전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27일 독일 공영방송 ARD는 지난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우크라이나와 미국·독일 등 주요 7개국(G7), 브라질, 남아공, 인도 등의 관계자들이 극비리에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다음 달 평화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 모임에 중국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국 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중재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 외교부 측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핵심은 평화를 권하고 대화를 촉진하며, 정치적 해결을 추동하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상황을 완화하는 데 건설적 역할을 계속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공격으로 불타는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건물 (바흐무트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인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한 건물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2023.6.29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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