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수사 개입' 전익수 1심 무죄…유족 "방지법 제정하라"(종합2보)

법원 "처벌 어렵지만 행위는 부적절…죄형법정주의 원칙"
전익수 "저도 안타깝다"…정보 유출 군무원·허위 유포 장교 유죄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3.6.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51)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전 전 실장이 수사 정보를 확인하려 한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법 규정상 군검사는 위력을 받는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족은 '전익수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 법원 "군검사는 위력 대상 될 수 없어…수사 공정성·신뢰성은 훼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29일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면담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실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전 전 실장에게 재판 정보를 알려준 혐의를 받은 군무원 양모씨(50)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이 중사가 남편과 불화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문을 유포한 정모 장교(46)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을 내렸다. 다만 충분한 증거 수집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력을 행사한 상대는 군검사로 법 규정에 따른 범행객체에 포함될 수 없으므로 면담강요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며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 행동이 형사법적으로 정당화되고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통을 인내하는 군 사법기관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건 아닌지 무거운 마음"이라면서도 "그러나 처벌 필요성만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후퇴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 전 실장이 군검사에 연락해 수사 정보를 확인하려 한 행위는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군법무관으로서의 경력이나 수사 이관 명령 이후 언론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된 상황을 감안하면 언행을 더 조심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해 녹취까지 하면서 수사 중인 내용을 알아내려 한 점은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2차 가해까지 입는 고통 끝에 숨진 고(故)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의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원은 고(故) 이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3.6.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유족 측 "위력 행사해도 법 없어…'전익수 방지법' 제정해야"

판결 직후 전 전 실장은 사과를 요구하는 유족 측에 "저도 안타깝다"고 말해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취재진을 만난 유족은 "끝까지 해볼 것"이라며 항소 필요성과 이른바 '전익수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중사의 부친은 "공군 전체의 조직력으로 전대미문의 조직적 살인을 한 주체 전익수가 유죄를 받고 구속되는 모습을 원했다"며 "그러나 피의자 입장에서 하급 군검사에게 위력을 행사했는데 법을 만들어 놓지 않은 것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력에 의한 강요, 면담강요죄를 전익수 특별법으로 만들어 주십사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모친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해보겠다"고 토로했다.

김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재판부는) 우리 입법부가 법률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돼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입법을 촉구하는 듯한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세를 이용해서 하급자에게 부당한 수사 압력을 행사하거나 재판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익수 방지법을 국회가 조속히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공군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예람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 부사관 장모씨(25)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 이후 2차 가해까지 일어나자 같은 해 5월 극단 선택을 했다.

군검찰을 지휘·감독한 전 전 실장은 가해자 장씨에 대한 재판 정보를 자신에게 알려준 군무원 양씨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자, 양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군 검사에게 전화해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전 전 실장이 군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직권남용이 아닌 면담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