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거법 위헌 결정 잇따라…“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

정혜민 2023. 6. 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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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선거철 화환 설치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우리 선거법은 공정한 선거경쟁을 위해 선거운동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헌재는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관련 조항들을 잇따라 위헌 판단하고 있다.

헌재는 유권자의 선거운동을 제약하는 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잇따라 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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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청 주변에 실체가 불분명한 단체 명의의 근조 화환 수십 개가 설치된 것과 관련,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2022년 4월11일 관련자 엄벌 등을 요구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선거철 화환 설치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우리 선거법은 공정한 선거경쟁을 위해 선거운동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헌재는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관련 조항들을 잇따라 위헌 판단하고 있다.

헌재는 29일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화환’을 설치해 선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중 ‘화환 설치’에 관한 부분과 처벌 규정인 제256조 제3항 제1호 아목에 대해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 자체는 위헌이나,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2024년 5월31일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국회가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조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라는 ‘장기간’ 동안 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화환 설치는 경제적 차이로 인한 선거 기회의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으나, 선거법상 선거비용 규제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지역 시민단체가 2022년 6월 충북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예비 후보자로 등록한 이혜훈·김영환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근조 화환 50개를 충북도청 앞 인도에 설치하면서 문제가 됐다. 화환에는 “충북이 호구로 보이냐” “김영한, 이혜훈 철새 정치 그만해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단체 대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화환을 설치하고,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청주지법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선거법은 후보자나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을 막기 위해 후보자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선거운동도 광범위하게 규제한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선거법이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선거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헌재는 유권자의 선거운동을 제약하는 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잇따라 결정하고 있다. 2022년 7월에는 어깨띠 등 표시물 사용, 표시물 착용, 현수막 등 광고물 설치, 인쇄물이나 도화(그림) 배부, 집회·모임을 금지한 조항들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지난 3월에는 인쇄물 살포를 금지한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2016년에는 김어준씨와 주진우씨가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선거법 위헌 심판 사건 중 일부를 대리했던 김선휴 변호사는 “현행 선거법은 부정 선거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선거운동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있다”면서 “선거법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성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 선거와 알릴 기회(표현의 자유)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하는데 현행법은 공정 선거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관련 문제 제기가 늘고 위헌 결정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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