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거 180일 전 '화환 설치 금지' 선거법 조항은 위헌"(종합)

피고인, 김영환·이혜훈 후보 근조화환으로 비난
청주지법, '과잉금지원칙' 위반…위헌법률심판 제청
헌재 "장시간 선거 관련 정치적 표현 자유 제한"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배석해 있다. 헌재는 이날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 관련 화환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한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3.06.2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화환 설치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청주지법이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중 '화환의 설치'에 관한 부분 등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지난 2022년 6월 실시된 충북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타지역 출신인 당시 김영환·이혜훈 후보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수의 근조화환을 설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총 50개의 화환에는 '김영환, 이혜훈 사람이냐, 충북이 호구로 보이냐', '김영환, 이혜훈 철새 정치 그만해라' 등의 문구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 90조 1항은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화환·풍선·간판·선전탑 등 광고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화환을 설치한 피고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사건을 심리한 청주지법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라는 장시간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화환을 설치하는 행위를 장기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데 있고, 이와 관련해 정치적 표현행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헌법불합치'는 심판대상 법률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도, 즉각적으로 해당 법의 효력이 없어지는 '위헌' 결정과 달리 일시적으로는 해당 법의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법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는 것인데,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 국회는 일정 기간 내에 해당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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