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열어봤더니 ‘백지’…검찰 특활비 내역 ‘구멍 숭숭’

강병수 2023. 6. 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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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처음으로 공개된 검찰의 특수활동비 등 내역 중 일부 자료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하 대표 등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두 기관이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33개월간 지출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내용과 증빙 서류를 수령했습니다.

하 대표 등은 검찰로부터 받은 자료 중 2017년 1∼4월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같은 해 1∼5월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수활동비 영수증 등이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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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처음으로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공개됐습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33개월간 지출한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으로, 1만 6천여 쪽에 달하는 분량이었습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와 뉴스타파 등이 3년이 넘는 소송 끝에 얻어낸 결과물로 이른바 '쌈짓돈'으로 불리며, 그동안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증빙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돈이 세상에 드러난겁니다.

"검찰도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다 설명하고 보고하고 국민들이 정보공개를 원하면 정보를 공개하고, 그래서 감시와 검증을 받아야 하는 보통의 행정기관이라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 지난 23일,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지만 자료가 세상에 드러난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오늘(29일)하 대표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공개한 특수활동비 등 내역 중 일부 자료가 누락 됐다고 말했습니다.

'권력기관'인 검찰이 그동안 어떻게 세금을 써 왔는지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확인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 사라진 74억 원 증빙자료는 어디에 ?

하 대표는 검찰로부터 받은 자료 중 2017년 1∼4월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같은 해 1∼5월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수활동비 영수증 등이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특수활동비 자료를 월별로 정리된 표지 뒤에 지출 결의서, 날짜별로 정리한 집행내역, 영수증의 형태로 보관하는데 해당 기간 이 자료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대검찰청이 밝힌 2017년 특수활동비의 총액은 모두 162억 원. 이 중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5월부터 12월까지 사용금액은 88억 원입니다.

결국, 국민 세금 74억 원은 언제,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입니다.

예산감시를 오래 했지만 이렇게 통으로 자료가 없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검찰이 그동안 다른 기관의 특활비 수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료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자료가 아예 없는 경우는 대한민국의 어느 기관에서도 없었습니다.
- 오늘(29일),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 개선되지 않아" VS "2017년에 이미 지침 존재"

세금을 쓰고 증빙 자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검찰은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이후 보관되어 있던 특수활동비 집행자료 전부를 제출하였다."

"2017년 9월,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고 있지 않아 부득이 제출하지 못하였고,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 개선·강화 이후의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는 철저하게 보존·관리하고 있다."
- 대검찰청 입장문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러한 검찰의 주장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 당시에도 이미 시행되고 있던 기획재정부 지침과 감사원 계산증명지침에 따르면 세금 74억 원을 사용하고도 증빙자료를 남기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감사원 지침 등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현금으로 선지급할 수 있고 사용처가 밝혀져 목적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현금수령자의 영수증은 붙이게 돼 있습니다.

결국, 이번 상황처럼 단 1쪽의 증빙자료도 남기지 않는 경우는 없다는 겁니다.


"'돈 봉투 만찬 사건' 전후한 시기 자료 사라져"

시민단체는 자료가 없어진 시기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자료가 사라졌는데, 이때는 이영렬 당시 중앙지검장의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검찰의 특활비를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시기입니다.

특히 이 전 지검장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이 일어난 2017년 4월을 전후한 시점은 이번 특활비 공개를 계기로 검찰의 특활비 사용 패턴을 알 수 있는 주요 시기인데, 유독 그 당시 자료만 없어졌다는 게 시민단체 측의 주장입니다.

이들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2017년 5월 22일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사용된 특활비에서도 현금수령자의 영수증이 없는 부분이 발견됐다"며 "2017년 6월은 집행내역만 있고 현금수령자의 영수증 18건이 통째로 없으며, 7월분 역시 2017년 7월 24일 이전까지 27건의 영수증이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상호·사용시간 비공개…법치주의 훼손"

시민단체 측은 검찰이 특활비 자료를 공개하며 상호와 사용시간을 가리고 공개한 부분도 문제 삼았습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르면 비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간담회 등 행사참석자의 소속과 명단, 카드번호나 승인번호 등 개인식별정보 부분으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모두 공개하게 돼 있습니다.

하 대표는 "카드사용 시간을 가리고 공개했는데, 시간대는 업무추진비 사용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기본 정보"라며 "검찰이 상호와 카드 사용시간을 비공개한 것은 검증을 어렵게 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대법원까지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제대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한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민단체가 사례로 제시한 식별이 불가능한 영수증. 영수증의 글자가 지워져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검찰 '내로남불'…국정조사 필요해"

시민단체 측은 이외에도 "대검과 중앙지검이 제출한 영수증 535건 중 61%가 판독 식별이 불가능한 수준의 자료"라며 "다른 기관의 특수활동비를 수사해 온 검찰이 자신들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내로남불'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회가 나서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송과정에서 존재하는 자료가 없다고 말하고, 사라진 자료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을 하지 못하는 검찰 스스로 현재 사태에 대해 진상을 밝힐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검찰의 구체적인 특활비 집행 내역은 다음 주쯤부터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단체는 "검찰의 고유한 특활비 집행방식과 구조, 특징, 세세한 지출의 흐름들을 분석한 자료를 곧 공개할 예정"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원본 자료들도 스캔 작업을 마쳐 시민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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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수 기자 (kbs03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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