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한 '스타장관' 원희룡·한동훈, '서울 총선 조커'로 등판할까?
11개 부처 장·차관 인사를 통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여의도로 복귀하는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다른 스타장관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내년 4월 총선에서 판세를 뒤흔들 '조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당 안팎에서는 원희룡·한동훈 장관이 수도권 경합지에 출마해 내년 총선을 이끄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지역구 승리뿐 아니라 여당에 대한 주변 지역 민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권영세 장관은 앞으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체제를 측면 지원하면서 공천과 총선 전략 수립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당의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9일 통일부 장관과 국가권익위원장(장관급), 기획재정부 2차관, 국토부 1·2차관, 해양수산부 차관 등 11개 부처 장·차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상당수 장관이 유임됐으나 절반 이상의 차관을 교체해 정책의 큰 틀을 이어가면서도 국정 운영에 긴장감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은 이번에 유임된 장관들이 내년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인지도가 높은 스타장관들이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해 23일 발표한 6월4주 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31%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다. 전체 응답률은 10.5%다.
또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26일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9~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3.8%, 국민의힘 38%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전화(ARS) 조사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2.8%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 안팎에서는 스타장관들이 당선 가능성이 없는 곳에 출마해 희생되기보다는 경합지에 출사표를 던져 승리하고 주변지역에 파급 효과를 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수도권 지역 의석수 121석(서울 49석, 경기 59석, 인천 13석) 중 국민의힘 의석은 18석(서울 9, 경기 7, 인천 2)에 불과하다. 여당 입장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수도권에 핵심 자원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우리 당이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지역보다는 어렵지만 가능성이 충분한 수도권 지역에 스타장관들이 출마해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하면 좋을 것"이라며 "보통 유력인사가 출마하면 긍정적인 영향이 주변 지역에도 미친다"고 말했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한 장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데다 정치경력이 없어 신선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다. 한 장관은 대정부질문과 국회 상임위 현안질의 과정에서 나오는 발언마다 이슈가 될 정도로 주목도가 높다. 한 장관은 현재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서울지역 차출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원 장관 역시 수도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대선주자로서 인지도가 높고 전세사기 대책,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을 수행하며 정책 전문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연말까지 장관직을 수행한 후 여당의 선거전략에 따라 수도권 지역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말 예산안의 국회 처리 이후 여의도로 복귀할 공산이 크다. 고물가와 경기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하는 경제부총리가 곧장 정치 일선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연말로 가면서 경제상황이 개선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할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국회에 돌아오는 권영세 장관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권 의원은 정치적 역할을 잘 한다. 조커로 충분히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을 수도권 전략공천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권에서 나온다.
안 의원의 경우 현 지역구인 경기 성남시 분당갑을 유지하며 경기도 총선 승리를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19대·20대 국회 당시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으로 옮겨 서울 북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안 의원 본인은 지역구를 옮길 의사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해당 지역구 출마 의사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 또한 부담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공천 여부는 공천 직전까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에 대한 핵심 지지층의 거부감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20~30대 남성 유권자 등에 대한 소구력 또한 크기 때문이다.
윤 전 의원도 전략적으로 유효한 카드다. 윤 전 의원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자 자진사퇴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KDI(한국경제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전문성을 갖춘 합리적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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