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외관계법·반간첩법 동시 시행···"핵심이익 침해땐 반격"
반외국제재법보다 범위 포괄적
韓에 '사드보복 조치' 배제 못해
"中 헌법이 국제법에 우선" 강조
반간첩법 목적은
국가안보 관련 정보 전송 금하고
중국 내 해외기업 운신폭 줄이기
중국이 공급망 규제를 강화하는 미국과 서방에 맞서 다음 달부터 대외관계법과 반간첩법을 동시에 시행한다.
중국의 안보와 경제 핵심 이익을 침해하거나 훼손할 경우 반격에 나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관계법은 중국이 서방 국가들의 제재 등에 맞대응할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비공식적으로 시행된 ‘한한령(限韓令)’ 같은 보복 조치를 공식화할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정된 반간첩법은 간첩 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확대하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모든 정보의 전송을 금하도록 해 중국 내 해외 기업들의 행동을 옥죌 수 있다.
◇전인대, 대외관계법 전격 통과=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9일 제14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전날 열린 제3차 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 대외관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세부적으로는 중국이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준칙을 위하고 자국의 주권, 안보, 발전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상응하는 반격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명문화했다. 또한 국가기관 및 정당, 기업, 사회조직, 국민에 대해 대외 교류 협력에서 국익을 수호할 책임이 있다고 했으며 자국민과 단체가 이 법을 위반하고 국익을 해치면 법적 책임도 묻도록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은 중국이 미국·서방과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맞대응할 수 있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법학과 교수는 SCMP에 “대외관계법은 제재, 비자 발급 거부, 개인 자산 동결 등 법으로 뒷받침된 보복 조치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반외국제재법에 비해 더 넓고 포괄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반외국제재법이나 ‘신뢰할 수 없는 단체 목록’ 등 다양한 제재 조치를 도입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던 만큼 더 강력한 제재를 도입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얘기다.
과거 한한령 같은 보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며 미국이 시행 중인 반도체 수출 통제에 향후 내놓을 수 있는 대응책의 수위도 더 높일 수 있다. 황후이캉 우한대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 법은 대외 관계에서 중국법을 적용하는 목적, 조건 및 정책 방향을 명시하고 외국(정부),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반격·제한 조치의 원칙을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외관계법은 정부 기관에 대해 대외 관계를 수행할 때 공산당의 지도 하에 이뤄져야 하며 국제법이 중국 헌법에 우선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시진핑 국가주석 중심의 전랑외교(중국의 강경 외교 노선)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실제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인민일보 사설에서 이 법과 관련해 “당의 외교에 대한 중앙집권적이고 통일된 지도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 반간첩법에 촉각=이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은 4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된 개정 반간첩법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법안은 간첩 행위의 유형에 ‘기밀 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제공’을 추가했다. 국가 기관을 촬영하는 행위, 사이버 공격도 간첩 행위에 들어간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당국은 데이터, 전자 장비, 개인 재산 정보에 강제로 접근할 수 있으며 방첩 조사 기간 출국 금지도 가능하다. 외국인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할 개연성이 있으면 입국을 불허할 수 있고 반간첩법을 위반한 외국인은 추방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간첩법에 대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다”며 “중국 내 외국인과 기업들은 자의적인 법 적용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미 일본 제약 회사 아스텔라스와 미국 컨설팅사 민츠그룹 직원이 구금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보안 조치를 확대함에 따라 중국 투자의 큰 위험 중 하나인 투명성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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