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반란 이틀 전 알고도 못 막아…"23년 철권통치 균열 조짐"(종합)

정윤영 기자 2023. 6. 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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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저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FSB는 쇼이구·게라시모프의 일정을 변경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바그너 용병들을 저지하지 못한 것은 푸틴의 권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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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러軍 수뇌부 체포가 목표…푸틴·FSB·서방 모두 반란 계획 사전 인지
WSJ "푸틴, 반란 계획 알고도 막지 못해…권력 의문 제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다게스탄 공화국 데르벤트의 나르닌-칼라 요새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2023.6.2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저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러시아를 23년간 철권 통치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위가 크게 실추된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2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지난 24일 일으킨 무장 반란은 서방 정보기관뿐만 아니라 러시아 보안국인 FSB 그리고 푸틴 대통령까지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WSJ는 익명의 서방 관리들을 인용해 FSB가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계획을 사전에 입수했다면서 프리고진은 당초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우크라이나 남부를 방문하는 일정을 노려 이들을 쳐내려 했다고 전했다.

이에 FSB는 쇼이구·게라시모프의 일정을 변경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바그너 용병들을 저지하지 못한 것은 푸틴의 권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WSJ는 "프리고진은 당초 쇼이구와 게라시모프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남부 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이들을 생포할 계획이었다. 프리고진은 무장 반란 며칠 전부터 대량의 탄약과 연료, 탱크, 장갑차, 이동식 방공망 등을 비축하는 준비 작업을 수행했고, 반란이 시작되면 러시아 정규군 일부가 가담해 쇼이구·게라시모프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FSB는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계획이 실행되기 이틀 전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프리고진이 조기에 반란을 시작한 것은 그가 진격을 36시간 만에 중단한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고 전했다.

WSJ는 특히 "FSB가 반란 계획을 입수했다는 사실에 프리고진은 예정보다 빨리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우크라이나 침공의 핵심 지휘 거점이었던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바그너의 용병들이 이 도시를 손쉽게 점령한 것은 일부 정규군 지휘관이 반란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의 주도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러시아 남군관구 본부 인근에 24일(현지시간)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러시아 민간용병조직 바그너그룹의 전투원들과 장갑차량이 배치돼 있다. 2023.06.24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무장 반란에 나섰다가 하루 만에 남부군 사령부가 있는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에 나선 바그너그룹 병사들이 현지 주민들과 24일(현지시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동맹국 벨라루스의 중재로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철수를 결정했고 러시아 역시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나는 조건으로 바그너를 처벌 않겠다고 극적으로 타협했다. ⓒ AFP=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실제 프리고진은 24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약 1000㎞에 달하는 거리를 진격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후퇴했다. 프리고진은 자국 정규군이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벨라루스의 중재 속 모스크바 턱밑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또한 러시아 정부 역시 바그너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겠다고 각각 한발씩 물러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당초 서방에서는 프리고진의 반란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정보가 FSB에 유출된 이후부터는 사실상 프리고진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봤다.

WSJ는 "서방 정보 기관이 감청과 위성 등을 토대로 프리고진의 계획을 조기에 알아냈다"면서도 서방 관리들은 무장반란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봤지만, 계획이 유출 된 이후 프리고진이 즉흥적으로 대체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면서 계획은 실패할 것이라고 믿게됐다"고 전했다.

한편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이 일단락 되면서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 그룹이 관리했던 아프리카와 중동 사업을 직접 개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WSJ는 바그너그룹이 중동과 아프리카 각지에 구축한 사업을 푸틴 대통령이 접수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그너그룹은 그간 수단의 금을 러시아로 수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다이아몬드를 아랍에미리트(UAE)로 수출, 파키스탄에 목재를 수출하는 사업을 벌여왔고 아프리카에서 용병 사업으로 매년 수억 달러를 벌어들여왔다.

러시아 용병 조직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 (현지시간) 남부 군사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본부에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반역자가 아닌 애국자”라고 밝히고 있다. 2023.6.2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시아 용병 조직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 (현지시간) 점령한 군사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2023.6.25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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