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단체 대표나 할 법한 천박한 발언”···민주당, 윤 대통령 ‘반국가세력’ 발언 강력 비판

신주영 기자 2023. 6. 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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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윤건영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한 데 대해 “국민이 동의하기도 어렵고 용납할 수도 없는 극단적 표현” “극우 보수 단체의 대표나 할 법한 천박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지역신문의 날 기념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결과 갈등을 부추겨서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것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야당들조차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진영 대결을 부추기거나 국민의 갈등을 조장하는 그런 발언들은 좀 자중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특히 “우리가 전쟁에서 싸워 이기는 것도 정말로 중요하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그야말로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 평화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안보”라고 강조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어제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전임 민주당 정부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했다”며 “국민들이 동의하기도 어렵고 용납할 수도 없는 극단적 표현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동의 위에서 추진된 한반도 정책을 문제 삼아서 전임 정부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국민통합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통령의 인식과 말이 국민을 걱정스럽게 하면 할수록 국정 운영이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한국자유총연맹 69주년 창립기념행사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저급한 인식에 깊은 실망과 함께 대통령의 편협한 사고 체계가 매우 위험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극우 보수 단체의 대표나 할 법한 천박한 발언”이라면서 “국회의 제1당이 반국가세력이면 대한민국 국회도 반국가세력이 접수했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이 한 약속”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말대로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인가”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을 맡았던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라면 사실상 대한민국은 내전 중에 있다고 봐야 된다”면서 “윤 대통령의 잘못되고 비뚤어진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 어떤 가능한 수단도 다 동원해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조정비서관과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제안하려고 한다. 이 문제는 대통령의 개인적 발언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 세력의 대변인을 자처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 정부를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진영논리와 정치를 벗어난 대통령의 심각한 일탈행위이며 남북관계와 한반도 통일, 외교안보를 대통령이 나서서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극우 유튜버가 하는 방송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면서 “어떤 대통령도 전 정권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한 적은 없다”고 했다. 4선 중진인 우상호·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우 의원은 SBS 라디오에 나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극우, 완전 꼴통보수들이 할 만한 얘기를 했다는 점에서 좀 충격적”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도저히 해서는 안 될 말”이라면서 “선을 넘어도 많이 넘었다”고 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극우에 대한 신앙심이 깊어져 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자기는 그 반국가세력에 가서 검찰총장은 왜 했나”라고 반문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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