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국가세력’ 발언에 격앙된 野, “팩트” 옹호하는 與…대치정국 악화일로 [이런정치]

2023. 6. 29. 15: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野 “尹, 극우세력 대변인 자처하나”
與 “文 안보실패 자인, 제발 저린 것”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한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야권에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팩트에 기반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 발언을 옹호하고 설화를 차단하는 데 메시지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을 두고 국회뿐 아니라 장외에서도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여야 감정의 골이 더욱 패이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9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세력의 대변인을 자처하는가”라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전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반헌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국정아젠다를 명확하게 제시하시 못한 채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성과를 폄훼하고 비판하는 데 집중해 왔다”면서 “급기야 한반도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전 정부의 노력을 매도하며 극우세력 눈높이에 맞는 대북·통일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59주년 기념식에서 “왜곡된 역사의식과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작심 비판한 언급으로 곧바로 야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청와대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이날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발언은 극우 보수단체 대표나 할 법한 천박한 발언”이라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를 적으로 규정하는 단순한 인식으로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위한 국정운영이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제 1당이 반국가 세력이면 대한민국 국회도 반국가 세력이 접수했다는 말인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반국가세력이라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48%의 국민도 문 대통령에게는 반국가 세력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반도 정책은 정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전임 정부의 정책을 문제 삼아서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대통령은 처음”이며 “국민들이 동의하기도 어렵고 용납할 수도 없는 극단적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대통령의) 소름끼치는 어제 연설로 민주당은 반국가 단체가 됐다”면서 “증오를 부추기는 선동연설로 광기의 사회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팩트에 근거한 발언”이라며 옹호하고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경기 평택에서 제2연평해전 승전 2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한 발언은 정확한 팩트에 근거한 것이기에 더불어민주당이 거기에 대해 반발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종잇조각에 불과한 종전선언 하나 가지고 대한민국에 평화가 온다고 외친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재차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협치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적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있다. [연합]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라고 강조하며 “온갖 극단적 표현을 동원해 선전·선동을 일삼으며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은 민주당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토록 발끈하는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난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의 안보에 대한 큰 걱정은 이해한다. 지금 굉장히 위험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반국가 세력’이라는 센 발언은 국가 안보에 대한 걱정이지, 지난 정부를 간첩 세력이라고 보는 건 아니라는 걸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jinl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