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해결했다’ 루카셴코 중재 과시, 푸틴에겐 모욕일 듯”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주도했던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있다고 공식 확인하고, 바그너그룹이 자국에 머무르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무장 반란 하루 만에 철수 결정을 내리고 행방이 묘연해진 바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중재자로 나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최근 언행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라고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가 분석했다.

27일(현지시간) ISW가 내놓은 우크라이나 전황 관련 보고서에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최근 발언 분석이 쓰였다.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푸틴 대통령과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충돌 상황을 어떻게 중재했는지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당시 푸틴 대통령이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을 살해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말렸고, 프리고진과는 욕설 섞인 전화통화 끝에 결국 중재안을 받아들이게 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ISW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분쟁에 어떻게 나섰는지 자세하게 전하는 건 러시아 정치계 고위층 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통 인사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SW는 루카셴코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연락할 때의 상황도 주목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킨 24일 그에게 전화해 "프리고진과 연락할 수 없다"고 했고, 이에 그가 그날 아침 바로 프리고진과 통화했다.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의 전화는 받지 않았는데 자기 전화는 받았다는 것이다.

ISW는 루카셴코가 푸틴의 가장 깊숙한 이너서클에서 권력 중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자랑한 건 사실 여부를 떠나 푸틴에게 모욕적일 수 있다고 했다.

푸틴이 루카셴코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외려 그에게 고마움을 표한 일 또한 푸틴에게 치욕적일 것이라고 ISW는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남부 소치의 보차로프 루체이 별장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내달 7~8일 준비를 마치면 벨라루스 전술핵무기 배치와 관련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한편 프리고진은 루카셴코의 중재를 받아들여 반란을 멈추고 벨라루스로 망명했다. 이로써 루카셴코는 벨라루스를 러시아 영토로 흡수할 뜻을 비쳐온 푸틴에 맞설 '카드'를 확보했다고 서방 정보기관은 평가했다.

루카셴코가 바그너그룹을 이용해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를 줄이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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