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청와대 인사들 "윤 대통령, 서울중앙지검장 때 왜 반국가세력 놔뒀나"
윤 대통령 '반국가세력' 발언에 청와대 출신 21명 규탄 회견
"자기부정" "윤대통령 말대로면 대한민국 내전중"
"바로잡기 위해 어떤 수단도 동원하겠다"
민형배 "대통령 자리 부적합, 논의할 과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가짜뉴스 유포 반국가세력', '가짜평화 세력' 발언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들이 자기부정에 해당한다면서 자신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일 때 반국가세력을 왜 그냥 지켜만 봤느냐고 비판했다.
고민정 김승원 김영배 김의겸 김한규 문정복 민형배 박상혁 박영순 신정훈 윤건영 윤영덕 윤영찬 이용선 이원택 이장섭 정태호 진성준 최강욱 한병도 한준호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은 29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들과 함께 규탄 성명을 발표한 후 백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을 지지했던 더 많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더 많은 국민들을 사실상 반국가세력으로 규정을 한 이 놀라운 언동에 대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상황인식이라면 사실상 대한민국 내전 중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정말 국민을 통합하고 함께하는 그 대통령이라면 이런 발언이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되고 비뚫어진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가능한 수단이라도 동원해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전날 자유총연맹 기념사 내용이 어떤 면에서 민주당을 지칭한다고 봤느냐는 질의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출신의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두가지를 거명했는데, 종전선언과 유엔안보리 제재 완화”라며 “민주당에서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기 위한 결의안을 제출했는데, '제제완화를 추진'한 것을 (윤 대통령이) 거명한 것으로 볼 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통털어서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했다고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고 답했다.
이용선 의원은 “자유총연맹에서 '금세기 들어와 최초로 정상이 참석한 축사'라고 이야기 하면서 발언한 점은 정말 사적 발언으로 해석할 수 없고, 대통령의 공식적인 견해를 드러냈다”며 “명백히 해명하고 사과하고 철회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는데, 윤 대통령이 원래부터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봤느냐, 아니면 그런 생각이 지금 와서 바뀐 거라고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윤영찬 의원은 “검찰총장의 정치적 사고에 대해 검증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이후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현 대통령의 인식이 매우 편협하고 결과적으로는 극단의 사고체계로까지 흘러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강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영찬 의원은 “종전선언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게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미회담, 그 다음해인 2019년 하노이까지 이어지는 논의의 굉장히 중요한 주제였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그런 세력이 반국가세력이었다면 본인은 거기에서 이 범죄를 국가를 무너뜨리는 범죄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런 상황들,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는 이야기는 본인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지금 당시의 역사적 행위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말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서 한 발언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박상혁 의원은 최근 윤 대통령이 내년 총선 의석수(170석)를 언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 내용을 들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분열하고, 세력을 규합하려고 하는 그런 생각도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것인지, 참모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총선에 개입하려는 의도였다면 매우 유감스럽고, 앞으로도 더 이런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 이런 상황에 강력히 행동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형배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수행에 부적합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탄핵을 시사한 것이냐를 놓고 다른 의원들이 부인하는 소동도 있었다.
민 의원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래도 대통령을 하는데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는 그런 사례를 계속 봐왔고,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발언을 보니까, 명백하게 자기부정을 한다.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했던 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자신이 복무했던 그 정부의 정책과 노선에 대해 부정하면서 자기부정을 하고 있는데, 이건 실제로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민 의원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들어 “이 상황에서 벗어나보려고 하는 엉뚱한 수단을 찾다가 헛발질을 세게 한 게 아닌가 싶다”며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망동을 계속하면 아마 그 자리에 더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그 목소리를 근거로 저희 생각을 더 해서 대통령직 수행에 적절치 않은 그것들을 조목조목 제기하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그 지점이 지금 제기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규정했다.
이에 '탄핵을 시사했다고 이해해도 되겠느냐'는 기자 질문이 나오자 참석자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민형배 의원은 재차 “그건 해석을 편하게 하시라. 열어두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영배 의원은 “오해가 있으면 안되니 탄핵질문한 것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씀 드린다”고 부인했고, 윤영찬 의원도 “탄핵으로까지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윤 대통령이 전임 정부를 '반국가세력'이라고 주장했다고 규정하면서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 “사석도 아니고, 공적인 축사를 통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저급한 인식에 깊은 실망과 함께 대통령의 편협한 사고 체계가 매우 위험하다”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를 '적'으로 규정하는 단순한 인식으로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위한 국정운영이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국회의 제1당이 반국가 세력이면 대한민국 국회도 반국가 세력이 접수했다는 말이냐”며 “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반국가세력'이라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48%의 국민도 윤 대통령에게는 '반국가 세력'이냐. 윤 대통령이 직접 답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답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은 스스로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기를 포기하고, 극우 보수만의 대통령으로 남은 4년을 끌고 가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이 차라리 대통령 본인의 신념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일부 몰지각한 참모들의 비뚤어진 인식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온 '실수'라면 오히려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용산 대통령실은 당장 '반국가 세력'이라는 발언이 누구의 생각인지 밝히라”며 “어제의 발언이 정말 대통령 자신의 생각이라면, 대통령이 당장 나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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