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치명적인 간경변증, 생명 위협하는 합병증이 더 무서워
‘침묵의 장기’이자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불리는 간이 울퉁불퉁해지는 간경변증 발병시 특히 합병증이 질환의 심각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와 식도의 정맥이 파열되는 정맥류 출혈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합병증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경변증은 만성적인 염증 또는 손상이 지속된 결과 간의 섬유화가 진행돼 흉터가 생긴 것처럼 굳고 딱딱해지며 형태가 울퉁불퉁해진 상태를 가리킨다. 섬유화가 상당 기간 누적된 결과지만, 초기엔 대부분 무증상이어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정영걸 고려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경변증은 진행되고 나서야 비로소 쇠약감, 피로, 근경련, 체중 감소나 구역과 때때로 심한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간경변증이 악화돼서 원래 정상상태로의 회복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간경변증은 그 자체보다 황달, 복수, 위식도 정맥류와 출혈, 간성혼수 등 합병증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위식도 정맥류는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 꼽힌다. 간으로 흘러가야 할 혈류가 제대로 간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간문맥 혈관의 압력을 높이는 것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비장이 붓고, 위와 식도의 정맥들도 팽창하면서 혈관이 쉽게 파열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위식도 정맥류로 혈관 파열시 대량의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보게 되는데, 과다 출혈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은 B형 간염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지속적이고 과도한 음주, C형 간염 순으로 그 뒤를 잇는다. 그밖에도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면역세포가 정상적인 간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간질환이나,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도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진단은 과거 병력을 확인하고 혈액·초음파·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을 실시해 이뤄진다. 간이 섬유화로 딱딱해진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선 원칙적으로 조직검사를 해야 하지만 출혈·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어 최근에는 초음파를 이용한 ‘간 탄성도 검사’를 통해서도 진행 단계를 확인하고 있다.
한번 굳어진 간을 되돌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간경변증 치료의 목표는 섬유화의 진행을 막고, 간 기능 저하를 최대한 늦추는 데 있다. 무엇보다 원인 질환을 치유하는 것이 치료의 주요 과제다. 만성 B형·C형 간염은 약물 치료가 가능하며, 금주와 함께 비타민과 무기질 보충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다른 원인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부분 비만과 관련있기 때문에 체중조절도 필수적이다. 다만 합병증의 정도가 심해 생명을 위협할 수준이라면 환자의 간을 대부분 절제한 뒤 공여자에게서 받은 간을 이식받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정영걸 교수는 “간경변증은 완치의 개념이 없는 만성 질환이면서 장기적으로는 간암 발생의 위험도를 현저히 증가시키는 요인이므로 예방과 조기진단이 필수적”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건강보조식품 남용이 만연한데, 이들 대부분은 간에서 대사된 후 오히려 독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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