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기 시작한 순위표···여름 승부를 가를 그것, 선발의 힘

김은진 기자 2023. 6. 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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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안우진, KT 고영표, 한화 페냐(왼쪽부터)가 꾸준히 활약하면서 하위권 팀들이 분위기를 반전해 순위 싸움에 반전을 만들고 있다.



순위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여름 승부를 앞두고 마운드 사정이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순위싸움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월 성적표만 보면 키움과 KT가 가장 앞서 있다. 키움은 24경기에서 14승2무8패, KT는 22경기에서 14승8패를 거뒀다. 5월을 마칠 때 키움은 승률 0.420으로 8위, KT는 승률 0.356으로 10위였다. 당시 4위였던 두산에는 각각 4.5경기 차, 7경기 차 뒤져 있었다.

그러나 29일 현재 키움은 승률 0.486(35승2무37패)로 5위가 됐다. 두산(33승1무35패)을 오히려 6위로 끌어내렸다. KT도 7위로 올라섰다. 승률 0.448(30승2무37패)로 현재 5위 키움과는 2.5경기 차, 4위 롯데와 4.5경기 차로 5강 진입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키움과 KT가 올라서기 시작한 원동력은 단연 마운드에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제대로 갖춘 공통점이 있다.

키움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강한 선발진을 갖춘 채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에릭 요키시가 부상으로 물러났지만 확실한 에이스 안우진을 지난해 발굴한 키움은 최원태가 드디어 깨어난 데다 정찬헌의 활약, 그리고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의 안정적인 투구로 평화로운 선발 로테이션을 갖춰 올시즌 평균자책 1위의 위용을 보이고 있다.

KT는 2년 전 통합우승의 원동력이었던 선발의 힘이 떨어져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냈다. 불펜과 야수진에 부상자가 속출한 데다 선발 소형준까지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면서 대비상을 맞았고 외국인 투수 부진까지 겹쳐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부상으로 선발진에서 물러났던 배제성이 다시 일어서면서 고영표, 엄상백과 함께 국내 선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 올라가고 있다. KT는 6월 이후 선발 평균자책 3위(3.67)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제몫을 한다면 국내 1선발만 제대로 갖추고 있어도 1~3선발이 제대로 돌아가 마운드 걱정은 크게 하지 않게 된다. 한화가 좋은 예다.

지난 28일까지 6연승을 거둬 이제 18년 만에 7연승까지 도전하는 한화 역시 선발의 힘으로 꼴찌를 탈출했다. 한화는 6월 선발 평균자책이 3.29로 키움(2.46)과 KT 사이인 2위에 위치하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제몫을 하고 국내 에이스 페냐가 확고히 자리를 지키고 일찍이 교체 영입한 산체스가 8경기에서 평균자책 1.48의 호투를 펼치는 한화에는 올해 국내 1선발 문동주가 등장했다. 최소한 3선발까지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4~5선발의 부진은 타격과 불펜으로 메우면서 한화는 6월 승률 5할을 넘기고 중위권으로 진입했다. 29일 현재 순위는 9위지만 5위 키움과 불과 3경기 차다.

반대로 KIA는 5월까지 5위권을 지켜오다 급추락했다. 6월 들어 선발 평균자책이 6.32로 압도적 최하위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에 국내 선발들도 조기강판을 반복하면서 계획했던 야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의 절반은 선발의 중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마운드의 약점을 시즌 내내 타격으로 보완하기는 불가능하다. 선발이 경기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불펜에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결국 한여름 승부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개막 이후 꾸준히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 LG와 SSG도 현재 여름 승부를 앞두고 선발 고민이 크다. LG는 개막 당시 함께 출발한 국내 선발진이 전부 2군에 가 있다. 비상체제로 국내 선발을 돌리고 있어 불펜과 타격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선발의 힘에서는 상대적으로 앞서 있던 SSG도 김광현이 힘을 내지 못하고 외국인 에이스 맥카티가 최근 부상으로 또 이탈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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