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뇌종양 ‘교모세포종’…밝혀진 ‘3가지’ 사실
최악의 뇌종양으로 불리는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은 종양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고, 주변 조직을 침범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한 난치성 암이다. 또 광범위한 뇌부종을 동반해 중추신경계에 급격한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수술‧항암약물‧방사선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이 잦고 악성도가 높아 치명적이며 위험성이 높다. 이 때문에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2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짧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내외 연구진이 교모세포종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연이어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교모세포종이 신경정보를 전달하는 뉴런(Neuron)을 통해 성장한다는 점과 교모세포종의 종양이 딱딱한 덩어리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것. 또 종양의 형태가 체액성분이 높은 낭종(Cyst)이 많을 때 예후가 긍정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교모세포종, 뉴런을 통해 성장한다?=뉴런은 신경계를 구성하는 핵심 세포로 전신에 분포하고 있다.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고 정보를 받아들인 후 처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베일러의대 신경외과 연구팀은 좌우 대뇌를 연결하는 신경세포 집합인 ‘뇌량’을 제거한 동물모델을 통한 실험 결과, 처음 발생한 원발성(原發性‧Primary) 종양에서 멀리 떨어진 뉴런세포가 교모세포종 발현을 유발하고, 종양이 주변 조직을 침입(침윤)하면서 성장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8일(현지시간) 게재됐다.
벤자민 데닌(Benjamin Deneen) 베일러의대 신경과 교수는 “앞서 교모세포종이 발생한 뇌 영역에서 신경활동이 증가한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뉴런세포를 통한 신경계 정보전달 네트워크가 교모세포종 전이와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이러한 신경활동 의존성 교모세포종 성장에 있어 SEMA4F(Ssemaphorin 4F) 유전자가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알아냈다. SEMA4F는 신경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로, 난독증 발생의 핵심 위험요인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전립선암과 유방암의 종양형성에도 관여한다는 점도 밝혀졌다.
◆교모세포종은 물렁거린다?=교모세포종의 성장 속도가 극히 빠르고 매우 공격적인 이유가 단단한 고체 형태의 종양이나 종괴(덩어리‧혹)를 형성하지 않고 물렁거리는 유체(流體‧Fluid) 종양을 형성하기 때문이란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는 미국 미시간대 의대 신경외과 연구팀이 교모세포종 종양세포를 실험용 생쥐의 뇌에 이식한 후 시간에 따른 성장과 움직임을 조사‧분석해 확인됐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8일 게재됐다.
페드로 로웬스타인(Pedro Lowenstein) 미시간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오랫동안 종양학자들이 교모세포종 종양을 상대적으로 고정된 덩어리로 여겨왔다”며 “그러나 연구결과 교모세포종 종양세포는 독립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화학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에 저항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양세포 사이의 ‘느슨한 결합’은 교모세포종의 재발이 매우 쉽고 흔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교모세포종 암세포들이 ‘집단행동’을 한다는 점도 알아냈기 때문에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모세포종 예후는 낭종이 결정=교모세포종에 낭종(Cyst)이 많이 포함되면 환자의 예후(경과)가 좋고 생존기간이 길어진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낭종은 체액 성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양으로 얇은 막으로 쌓여있다.
안스데반 가톨릭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서울성모병원)와 김민주 가톨릭대 의대생 연구팀은 2008년 8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서울성모병원에서 교모세포종을 진단받은 모든 환자들의 기록을 후향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신경학·신경외과수술학회지(Clinical Neurology and Neurosurgery)’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관찰된 종양 속 낭(주머니)의 유무에 따라, 낭성군과 비낭성군으로 분류한 후 환자의 예후와 생종기간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낭성군의 생존기간이 28.6개월로 비낭성군의 18.8개월보다 유의하게 길다는 점을 입증했다. 또 여러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고려한 다변량분석에서도 낭이 종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환자의 생존기간이 유의하게 길었다.
안스데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교모세포종 환자 가운데 낭종의 비율이 높은 환자가 좋은 예후 결과를 보인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환자 예후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고 치료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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