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빨개지는 얼굴…'이 병' 걸릴 수도

박정렬 기자 2023. 6. 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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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한 번에 많이, 자주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아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위험 음주율은 12.6%, 월간 음주율은 57.7%로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됐지만, 되레 '혼술', '홈술'을 즐기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TV, 유튜브 등의 영상 매체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이며 음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탓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유튜브 콘텐츠 가운데 '술방'으로 검색되는 영상 상위 300건을 분석한 결과 음주 장면 노출 영상이 89.3%(268건)에 달했다.

하지만 과음·폭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건강의 시한폭탄'이다. 고위험 음주가 지속되면 고혈압과 심뇌혈관질환, 각종 암의 위험이 커져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주종에 따라 소주는 소주잔, 막걸리는 사발처럼 맞는 잔(표준잔)에 따르면 한 잔에 포함된 알코올의 양은 대략 8~12g으로 비슷하다. 1병을 기준으로 소주가 6.7잔으로 알코올 섭취량도 가장 많고 다음이 막걸리(4.8잔), 병맥주(2.6잔), 캔맥주(1.4잔) 등이다. 고위험 음주 기준(1회 평균 남자는 7잔 이상, 여자는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음주)을 적용하면 여성의 경우 막걸리 한 병만 마셔도 고위험 음주에 해당한다.

인천힘찬종합병원 내과 김유미 과장은 "고위험 음주는 200여개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알코올 의존에 이르면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은 물론 사회에도 피해를 미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생활 속 음주 관리 팁. /사진=힘찬병원


고위험 음주가 위험한 이유는 첫째, 소화기계 문제를 유발한다. 반복적으로 다량의 술을 마시면 체내 '해독 공장'인 간이 망가져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 간암과 같은 간질환으로 이어진다. 한번 망가진 간은 자연히 회복되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알코올성 간 질환을 비롯해 심장병·암 위험마저 커질 수 있다. 위염과 위궤양을 부르는 것은 물론 술을 마신 후 토할 때 위와 식도 사이 점막이 찢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둘째, 각종 대사증후군의 위험을 키운다. 김 과장은 "알코올이 흡수되면 체내 염증 반응과 혈당을 증가시켜 성인병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술을 마신 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같은 양의 술에도 고혈압, 당뇨병 등의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크다고 알려진다.

마지막으로 뇌 기능 손상이다. 김 과장은 "알코올은 뇌의 망상계, 대뇌피질 등에 예민하게 작용해 기억력, 판단력, 주의력 등 사고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며 "나아가 중추신경계의 통제 기능까지 억제해 흥분, 공격성, 충동성 등 사회적으로 통제됐던 행동들이 발현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을 위해선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회식 등 사회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한다면 수분 부족을 방지하고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지연시키기 위해 물을 최대한 많이 섭취하려 노력해야 한다. 빈속엔 술을 마시지 말고, 손상된 간세포 재생과 뇌 신경세포에 이로운 생선, 해산물, 해조류나 알코올 분해를 돕는 과일, 채소를 안주로 선택한다.

'혼술'은 금물이다. 혼자 술을 마시면 음주량을 파악하기 어렵고 가족 등 주변 사람이 알코올 의존을 눈치채기 힘들다. 날마다 술을 마시면 간세포가 회복되지 못해 나중에는 적은 술도 '독'으로 작용한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땀을 많이 흘린 뒤에는 체내 수분량이 줄어 알코올성 손상이 심해지는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한다.

김유미 과장은 "본인이 고위험 음주자라면 평소 음주 습관을 체크하고, 스스로 술 마시는 횟수와 양을 정하고 조절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라며 "스스로 제어가 어렵다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나와 주변 사람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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