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날, 방아쇠 잡은채 산화한 영웅들…제2 연평해전[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평도 부근 해역. 남북 해군 경비정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2척의 북한 경비정이 NLL을 남쪽으로 침범, 우리 측은 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는데 순간 가까워진 북한 측이 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20여분간 벌어진 전투로 우리 해군 참수리 편대 357호정에서 정장(함장)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을 비롯, 6명 장병이 희생됐다. 북한 함정은 30여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화염에 휩싸인 채 퇴각했다.
1999년 6월 벌어진 첫 연평해전에 이어 이것을 제2 연평해전이라 한다.
북한 684호를 맡은 해군 232편대에서는 기함인 358정(정장 최영순 대위)이 선두를 맡고 357정(정장 윤영하 대위)은 뒤를 따랐다. 그런데 북한 경비정은 우리측 358정을 지나치며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뒤따르던 357정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틀었고, 이에 357정의 좌현이 북한 684호에게 노출됐다.
10시 25분, 북한 684호가 경고 사격도 없이 전차포를 참수리 357호정에 쏘기 시작했다. 윤영하 소령은 즉각 대응사격 명령을 내리고 반격에 나섰다. 우리측 인근 고속정과 경비중인 초계함 등이 대응사격에 가담했다.
조타실이 피격되면서 조타장 한상국 상사(당시 중사)가 전사했다. 발칸 담당 황도현 중사(당시 하사)는 북한 포탄에 머리를 맞고 전사했다. 발칸포 방아쇠를 그대로 손에 쥔 채였다.
전신화상을 입은 조천형 상사(당시 하사)도 방아쇠를 놓지 못한 채 전사했다. 기관총으로 대응하던 서후원 중사(당시 하사)는 교전중 총격을 당해 전사한다.
의무병인 박동혁 상병(병장으로 추서)은 자신도 총상을 입은 가운데 승조원 구호를 위해 분투했다. 이때 서 중사가 쓰러지자 자신이 기관총을 잡고 사격에 나섰으나 북한군 사격에 중상을 입고 만다.
우리측 반격에 북한 684호는 포탑들이 일찌감치 파괴돼 전투력을 잃었다. 또 조타기능이 망가지며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에 북한의 다른 경비정에 예인되면서 퇴각했다.
2002 한일 월드컵 한국과 터키의 3·4위전 경기가 열리던 날이었다.
이철규 중사, 황창규 중사, 권기형 상병 등 부상자 19명도 함께 피를 흘리며 바다를 지켰다. 이희완 대령(2023년 현재)은 교전 당시 양쪽 다리 모두 부상을 입었고 한 쪽 다리를 잃었다.
해전 이후 대한민국 해군은 5단계이던 교전수칙을 3단계로 줄이고 현장 지휘관 권한을 강화, 즉각 대응력을 높였다. 전투력을 대폭 높인 신형 고속함(PKX)을 개발했는데 이 종류로 첫번째 진수한 1번함을 '윤영하함'으로 명명했다. 이후 개발된 윤영하급 함정에 제2 연평해전 전사자의 이름을 차례로 붙였다.
북한측 인명피해는 북한측 자료가 엇갈린다. 다만 우리 측 집계로 13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친 걸로 보인다. 당시 교전했던 북한군은 방탄조끼가 아니라면 목화솜옷이라도 지급해 달라고 북한군 상부에 요청했다는 탈북인사의 기록이 있다.
이 전투는 서해교전으로 불리다가 이명박정부 시절 '제2 연평해전'으로 명명된다. 작가 최순조는 소설 '서해 해전'을 썼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 '연평해전'(2015)이 만들어졌다. 배우 김무열(윤영하 역), 진구(한상국 역), 이현우(박동혁 역) 등이 출연했다.
해전 21주년인 올해, 이날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제2연평해전 승전 2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대청해전 5개월 뒤인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에 피격돼 침몰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그해 11월23일, 연평도에 아예 직접 포격을 가하는 연평도 포격 사건을 벌인다. 우리 군은 북한 황해도 개머리해안 일대에 포를 퍼부으며 반격했다. 또 F-15K 전폭기와 KF-16 전투기를 긴급 출동시켰고 북한도 MiG-23이 출격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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