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무총장,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결과 설명하러 韓 온다

최종 보고서 日에 건넨 뒤 韓·뉴질랜드·쿡제도 방문 추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은 정화 처리를 거쳤다는 이유에서 '처리수'라고 부름) 해양 방류 안전성 검증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다음 달 4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면담하고 IAEA 최종 보고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한국과 뉴질랜드, 태평양 섬나라인 쿡제도를 방문해 보고서 내용을 직접 설명할 방침이다.

최종 보고서는 IAEA 조사단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후쿠시마를 방문해 실시한 포괄적 검증을 토대로 작성된다. IAEA 직원과 국제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은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 오염수의 해양 방류 설비 공사 상황을 확인했다. 이 보고서는 당초 이달 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시다 총리와 그로시 사무총장의 면담 당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IAEA는 지금까지 6건의 보고서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법 및 설비가 타당하다고 평가해왔다. 요미우리는 IAEA가 최종 보고서에서도 같은 견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방문을 추진하는 3국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곳이다. 특히 남태평양 도서국들은 과거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서방국의 핵실험 장소로 이용된 역사가 있어 원자력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기시다 총리는 이 지역 국가들에 친서를 보내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쿡제도는 올해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의장국이다.

요미우리는 한국 내 여론에 대해 "야당이 '국민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는 등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는 근거 없는 주장을 계속해 윤석열 정권을 흔드는 재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로시 사무총장의 3국 방문은 이런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정부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문으로 관계국의 이해가 넓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올여름부터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구체적인 개시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관련 절차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방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류 설비 공사와 시운전은 완료됐고,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전날부터 사흘 일정으로 방류 전 최종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 검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검사필증이 교부되고, 오염수 해양 방류가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

기시다 총리는 원자력규제위 검사와 IAEA 최종 보고서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지적되지 않으면 오염수 방류 시점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원전 인근 어민들의 반대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오염수와 관련해 "관계자의 이해 없이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이 약속이 있는 한 방류 시작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