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에게 압도 당했다...신드롬 실감나게 한 멜로디는 명불허전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3. 6. 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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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서
임윤찬과 루체른 심포니 협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3악장 흐름 변화 맞춰 강약조절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루체른 심포니와 협연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지난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연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스위스 최고(最古) 악단 루체른 심포니와 한국 관객 앞에 섰다. 218년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악단의 무게감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10대 소년에게는 깃털과도 같았다. 임윤찬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외국 오케스트라와의 연주에서도 짓눌리지 않고 자신만의 연주로 청중을 압도했다.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루체른 심포니의 4년 만의 내한 공연은 임윤찬의 협연 소식이 알려지며 일찌감치 전석이 매진됐다. 이날 공연은 합창석까지 모두 메워지며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일고 있는 ‘임윤찬 신드롬’을 실감하게 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루체른 심포니와 협연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임윤찬은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은 긴 곱슬머리에 목에는 리본타이를 메고 무대 위로 달려나왔다. 서둘러 나오는 듯한 모양새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웃음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내 그가 피아노 앞에 앉아 모두가 숨죽이고 그의 소리를 경청했다.

루체른 심포니가 임윤찬과 함께 연주한 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이었다. 임윤찬이 한국에서 이 곡을 연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차르트 작품 중 드물게 단조인 곡으로, 오케스트라의 현과 관을 통해 나오는 소리가 어우러지며 비극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독주 파트로 연주를 시작한 임윤찬은 오른손으로만 연주할 때 공명을 일으키려는 듯 왼손으로 원을 그리며 분위기에 동화돼갔다. 그의 연주는 슬픔과 처연함이 담겼지만, 분명하고 청아한 느낌도 전해졌다.

연주자들은 2악장 ‘로망스’으로 접어들자 분위기가 반전되며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임윤찬은 1악장에서의 격정적인 모습과 달리 가벼운 타건으로 우아하고 감성적인 곡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치 무언가를 회상하려는듯 허공을 응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내 3악장으로 접어들자 격정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오케스트라를 선도해나갔다. 힘있는 타건을 만들어내는 순간에는 스스로 땅이 울릴 정도로 발을 굴려대며 보는 이들에게 힘을 전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루체른 심포니와 협연을 마치고 지휘자 미하엘 잔데를링과 인사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임윤찬이 두 손을 하늘로 올리면서 연주가 끝나자 우레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앙코르 무대가 펼쳐졌다.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마지막 진혼곡)’을 연주하며 무대를 마무리하려던 그에게 악장이 검지 손가락으로 한 곡 더 연주할 것을 요청하자 임윤찬은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드보르작의 ‘유머레스크’를 연주했다. 무게감 있는 곡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임윤찬이 연주하는 익숙한 멜로디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루체른 심포니가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루체른 심포니는 임윤찬과의 협연곡 외에도 멘델스존의 곡을 섬세하게 연주하며 전통있는 악단의 실력을 과시했다. 1부에서는 연인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선보였고, 2부에서는 교향곡 4번 ‘이탈리아’를 연주했다. 앙코르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을 차례로 선사했다. 두 번째 앙코르곡에서는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며 콘서트장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루체른 심포니 공연 객석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연주를 청취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이날 공연장 1층 맨 앞열에는 시각장애인 관객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안내견이 다른 관객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곳곳에서 휴대전화 알림소리와 기침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안내견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소리나 뒤척임 없이 얌전히 관람하며 완벽한 공연 매너를 보여줬다.

임윤찬과 루체른 심포니는 다음달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번 더 합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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