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참석 막아라”···‘대곡-소사’ 개통식, 대통령실 입김 작용했나
대통령실이 오는 1일 열리는 ‘서해선 대곡-소사구간’ 개통식에 참석 예정이었던 지역구 야당의원들의 명단을 제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당연참석자에 해당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참석자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지역구 현안사업에 주력해왔던 지역 의원들을 제외하고 ‘대곡-소사구간’ 개통을 사실상 ‘정부 업적 쌓기용’으로 만들어 향후 총선에 활용하겠다는 노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고양갑)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임시회의에서 “지역구 의원으로서 초청을 받고 당연히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초청받은 다음 날 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저 뿐만 아니라 경기도지사도 못 오게 하고, 고양을, 부천지역 의원들도 전부 못 오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경우를 처음 겪는데 이유를 알고 싶다”고 질의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대곡 소사구간을 개통하기 위해 고양시와 부천시 의원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 광역철도를 일반철도로 바꾸고, 지역분담금을 조정하고, 국비 425억원을 만들어 내기위해 애를 썼던 사람들이다”라며 “심지어 개통식도 제 지역구에서 열리는데 누가 지역구 의원의 참석을 막고 있는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심 의원은 고양시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소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심 의원은 “저희 지역의 소문을 좀 말씀드리려고 한다”면서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에서 고양갑에 원희룡 장관을 자객공천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출마하느냐”고 물었고, 원 장관은 크게 웃으며 “심 의원님하고 대결이라면 영광”이라고 답했다.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심 의원은 “대통령의 참석여부를 현재 언급할 수는 없지만 참석한다면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하러 오는 게 아니냐는 게 지역주민들의 입소문”이라고 말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고양을) 역시 “대통령실에서도 참석할 수 있는 행사로 듣고 저 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의 신상자료를 전부 대통령실에 제출까지 했는데 우리도 갑자기 취소통보를 받았다”면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확인해보니 대통령 경호실 측에서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취소하라’는 통보를 했다는 말을 국토부 직원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실의 입김으로 기존에 초청한 의원과 경기도지사 등 야당인사들의 참석이 취소됐다는 얘기다.
김민기 국토위 위원장은 “지역구 의원 등을 초청한 후 취소를 하는 문제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 큰 일”이라며 “상식적이지 않으며, 이런 행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된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장관은 이에대해 “(국토부장관으로서) 제가 환영하겠다. 오시라”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 경위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경기도의 한 고위 간부는 ‘경기도지사 패싱’에 대해 “중앙정부보다 경기도 예산이 더 많이 투입된 사업 개통식에 경기지사가 야당이라는 이유로 초대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일”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대승적 차원에서 (서해선 대곡~소사구간) 개통을 축하한다”면서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한편 서해선 대곡 소사구간에 개통하는 정거장은 ‘대곡~능곡~김포공항~원종~부천종합운동장~소사’ 등 총 6개 역으로, 2018년 먼저 개통한 서해선 소사~원시 구간에서 북쪽으로 노선이 연장됐다. 서해선 광역전철은 대곡에서 원시까지 운행된다.
그동안 ‘대곡~소사’ 구간은 한강을 통과해 남북을 가로지르는 철도가 없어 대중교통 이용시 70분 이상이 소요돼 지역주민들의 주요현안사안이었다. 이번 대곡소사선이 개통으로 대곡에서 김포공항까지는 9분, 소사까지는 약 20분만에 갈 수 있어 이동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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