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꺾은 49위, 그 후… 체스 천재들이 벌인 소송전 결말은

체스 그랜드마스터 한스 니만(20). /로이터 연합뉴스

체스 세계 챔피언들 사이에서 부정행위 의혹을 두고 벌어진 소송전의 결론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미주리 동부 연방지방법원은 전날 체스 그랜드마스터 한스 니만(20)이 현 체스 세계챔피언 망누스 칼센(33)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이로써 니만은 자신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상대로 한 1억 달러(약 1317억원) 규모의 소송전에서 패소했다.

니만과 칼센의 악연은 지난해 9월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싱크필드컵 대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세계랭킹 49위에 머물렀던 니만은 1위였던 칼센을 상대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특히 칼센의 공식경기 패배는 2년여 만에 처음이어서 19살 니만의 승리는 체스계를 뒤흔든 일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갈등은 그 이후였다. 칼센이 니만의 부정행위 의혹을 꺼내든 것이다. 니만은 과거 온라인 체스 사이트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벌인 적 있는데, 오프라인 대회에서도 원격통신장비 등을 몸에 숨겨 비슷한 행위를 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었다.

체스 세계챔피언 망누스 칼센(33). /로이터 뉴스1

세계 최대 규모 체스 사이트인 체스닷컴은 자체 조사에 돌입했고 보고서를 통해 “니만이 2015~2020년 사이 참여한 온라인 경기에서 100차례가 넘는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니만의 계정 역시 폐쇄했다.

다만 니만이 칼센과 겨룬 오프라인 경기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이에 니만은 칼센과 체스닷컴 등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해 체스계에서 축출하려 했다며 지난해 10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비공식 경기에서 부정행위를 한 적은 있으나 칼센과는 정정당당하게 대결했다”며 “칼센이 내게 패한 것을 인정하지 못해 이런 일을 꾸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오드리 플라이시크 판사는 니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니만이 주장하는 ‘피해’와 공정한 경쟁을 관할하는 반독점법 간 관련성이 아무리 양보해도 미약한 수준”이라며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같은 내용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칼센 측 변호인은 법원 결정을 환영하며 “전략적 소송을 위해 (부정행위 의혹 관련) 발언을 억압하려는 니만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제 모든 이들이 체스 발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