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法 학계 "노조법 개정안, 혼란 우려…사용자성 확대 신중해야"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과 관련해 국내 법 학계에서도 노동 시장의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29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노조법 제2조·제3조 개정의 문제점'을 주제로 제33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체교섭상 사용자성 확대(노조법 제2조)의 문제점'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노조법 개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노조법 제2조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 교수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 등 계약 당사자는 아니지만, 원사업주 소속 근로자의 노무를 이용하는 계층적·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됨에 따라 사용자의 책임도 종속성 정도에 따라 분배될 수 있는지 사용자성을 둘러싼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대해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로 인정하는 '실질적 지배력설'을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서의 사용자성 판단에도 받아들인 중앙노동위원회 판정과 노조법 제2조 개정안 등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노위의 사용자성 확대 판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아사히 방송 사건'은 원청의 지휘명령하에 원청 근로자들과 하청 근로자들이 혼연일체가 돼 그야말로 피아구분이 없는 매우 특수한 환경하에서 내려진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 방송 사건이란, 지난 1995년 2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아사히 방송과 사내 하청 근로업체 근로자들 사이의 분쟁에서 아사히 방송이 단체교섭상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을 말한다.
당시 아사히 방송은 TV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3개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제작현장에 투입해 방송 디렉터의 지휘감독하에 촬영·조명 등의 업무를 종사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청노조가 조합원들의 임금인상, 일시금, 정사원화, 배치전환 철회 등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방송사는 교섭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해 하청노조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이 사건에서 최대 쟁점은 아사히 방송이 하청노저의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였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에 대해 "고용주 이외의 사업주라 하더라도 고용주로부터 근로자를 파견받아 자기의 업무에 종사케 하고, 그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대해 고용주와 부분적이라 해도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의 현실적·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 범위 내에서 그 사업주를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교수는 "아사히 방송 사건이 특수형태 근로자의 확산 등 노동환경이 급변하는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유의미한 판결"이라면서도 "특수한 상황에서 내려진 판단을 일반적인 원·하청관계에 그대로 적용한 사용자성의 과도한 외연 확장, 원·하청관계에서 사용자성 판단기준에 파견법리 적용, 단체협약 체결 시 규범적 효력 발생 여부 등 미해결 쟁점으로 인한 노동시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고용환경의 변화로 사용자성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나라 노동법제의 특수성을 반영해 원청에 대한 사용자성의 인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노조법은 일본과는 달리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엄격한 처별규정을 두고 있으며, 쟁의행위 시에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파견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무리한 사용자성의 확대는 사용자 측에 대해 일방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손해를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성대규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법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개별화 검토'란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개정안 제3조 제2항이 규정하는 이른바 '위법쟁의행위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의 개별화'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성 교수는 "과실책임주의에 따라 책임의 개별화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 민법은 불법행위자가 여럿인 경우를 예정하여 불법행위자 간에 '공동'이 인정되는 때에는 각자가 손해 전체에 대하여 배상책임이 있음을 명문화하고 있으며(민법 제760조 부진정연대채무관계), 이는 독일 등 다른 입법례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는 다수가 주관적 공동의 단일한 고의를 가지고 분업화된 단일한 행위를 통해서 야기하는 것으로 주관적 공동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에서 손해 전체의 발생에 대하여 각자 과실 비율이나 기여 정도가 다르다 하더라도 이는 전체 손해를 발생시킨 단일한 행위를 구성하는 비율이 다르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결과적으로 손해 전체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것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고의행위와 과실행위가 객관적 관련공동성을 가지는 경우와 비교하여 위법쟁의행위에 단순 참가한 조합원의 의사와 행위는 위법쟁의행위를 조직·주도하고 직접 위법행위를 통해서 손해를 야기한 자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없어 단순 참가 조합원에 대한 책임 귀속은 배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 "노조 간부와 개별 조합원이 '쟁의행위'를 위한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조직된 각각의 직접적인 행위가 동일한 목적하에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양태로 발현되고, 그러한 발현을 법적 관점에서는 하나의 단체인 노동조합의 일체된 쟁의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여기에서 노동조합의 단체법적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나며, 이로써 위법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노동조합에게 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결국 노조 간부, 적극 참가 조합원과 노동조합은 위법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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