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잡는 ‘지구촌 이상고온’… “연평균 기온 1도 오를 때 가정폭력 6.3% 늘었다”
전세계 곳곳에서 이상 고온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기온 상승이 가정폭력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온 상승으로 증가한 남성 가장의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동거 여성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의학협회에서 발간하는 의학저널 JAMA 정신의학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 남아시아에서는 신체적·성적 가정폭력의 비율이 약 6.3% 증가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남아시아 출신의 15~49세 여성 19만 4871명을 추적 조사해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학대 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인도로,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인도에서는 신체적 폭력이 8%, 성폭력이 7.3% 증가했다.
지난 2021년 미국 미네소타주(州) 세인트캐서린 대학교 연구에서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폭염 등 이상 기후를 경험할 경우 여성이 남성 파트너로부터 폭력이나 학대를 받을 확률이 60%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8년 스페인 국립공중보건학교 등도 폭염 발생시 남성 파트너로부터 여성의 살해당할 위험이 40%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특히 소득이 낮거나 비수도권에 거주할수록 기온과 가정폭력 간의 상관관계가 더 뚜렷하다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한 예일대학교 환경건강 교수 미셸 벨은 “극심한 더위로 농사에 실패하거나 실외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경우 사람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지며 폭력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인도의 사회운동가 수니티 기르기는 “폭염으로 인해 일감이 줄어들 경우 가정 내 경제적 충격을 가져오는데, 가장인 남성이 일을 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 그의 분노와 스트레스는 아내에게 향한다”고 했다.
높은 기온이 직접적으로 신체의 공격성을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갑작스러운 고온에 노출될 경우 체내 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생성되며, 이는 감정 조절과 관련된 뇌 영역과 더 높은 공격성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벨 교수는 “극한의 열은 자기 억제력을 낮추고 공격성을 높여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며 이러한 위기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텍사스는 2주째 기온이 38도에서 46도를 넘나들고 있다. 미 연방 해양대기청 기후보호센터는 27일(현지 시각) 폭염경보를 발령하고 “멕시코만 일대와 인접한 남부 내륙지방을 덮치고 있는 폭염이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까지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인도 북부에서는 40~45도 기온이 며칠간 이어지며 온열 질환으로 54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인도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단체인 ‘부미카비하르’의 책임자 실리피 싱은 “기후위기가 남녀 사이 존재하는 전통적 불평등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싱은 “우리가 지원하는 여성들 중에는 폭염이나 홍수가 없고 남자가 일하러 나가면 상황이 한결 수월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극심한 날씨로 인해 게을러지고 집에 있어야 할 때,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는 분노와 긴장이 남성 가장들에게 종종 분노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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